노동계혼선의 파장 우려한다(사설)

노동계혼선의 파장 우려한다(사설)

입력 1994-11-19 00:00
수정 1994-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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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및 비노총계열 노동계가 며칠전 「민주노총 준비위」를 출범시킨데 이어 한국노총이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를 하지 않기로 선언함으로써 노동계에 적지않은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한국노총의 이같은 결정은 재야노조의 결의와 함께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게 하는 것이다.

사실 재야노조의 민주노총 결성과 복수노조 허용등 노동법 개정을 위한 투쟁은 겉으로는 민주화 투쟁이라지만 내용면에선 노동계 헤게모니 다툼에 지나지 않는다.재야노조측은 한국노총이 노동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노동계를 대표할만한 역할과 기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따라서 그들은 노총탈퇴를 선결조건처럼 내세우고 있다.노동계의 분열현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마당에 한국노총이 노·경총합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제를 거부한 것은 그 배경이나 명분이 어디에 있든 결코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다.그것은 노동계의 통합보다는 분열을 가중시키는 길이며,노·사간의 반목만 심화시켜 산업계 전체의 평화를 깨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노총으로서는 재야노조측이 제2노총을 결성하면서 기존의 자기회원노조를 뺏어가려는데 대한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자연 정부나 기업과는 임금인상 폭을 미리 합의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발상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그같은 발상은 재야노조와의 선명성 경쟁에 불과한 것이며 근로자의 권익신장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그래도 공식적으로는 한국노동계를 대표한다는 노총이 사회적 합의를 벗어던지면서까지 재야노조측과의 선명성경쟁에 나선다는 것은 올바른 자세라 할수 없는 것이다.

만약 당장 중앙단위의 임금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내년 봄부터 단위 사업장별로 본격 시작되는 임금협상은 심한 마찰을 빚을 것이 확실하다.임금인상 경쟁에 불을 댕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이에 편승해 재야노조측은 노동계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투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 뻔하다.그럴 경우 노·사간 반목은 한층 심화될 것이고 그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 손실은 물론 정치·사회적 불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런 사태가 벌어져선 안된다.국가경쟁력을 봐서도 그렇고 국민화합 차원에서도 그렇다.그간 있은 사회적 합의는 경제발전과 임금인상의 균형추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본다.따라서 노총은 임금합의를 외면해선 안된다.선명성경쟁의 임금합의 회피는 결국 노동현장과 산업계의 황폐화만 조장한다는 것을 노총은 명심해야 한다.
1994-11-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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