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앞길 폐쇄 여부 고민(특파원 수첩)

백악관 앞길 폐쇄 여부 고민(특파원 수첩)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1994-11-01 00:00
수정 1994-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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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사건계기 「대통령경호­시민통행권」 논란

지난 29일 하오(한국시간 30일 상오)한 청년이 백악관에 총격을 가한 사건은 「대통령의 경호와 시민의 통행권리」에 관한 문제를 새삼 제기하고 있다.

콜로라도주에 사는 올해 26살의 마틴 듀런은 중국제 SKS 반자동 소총을 클린턴대통령의 집무실이자 관저인 백악관을 향해 20∼30발을 난사했다.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범인은 이날 백악관 북쪽 앞길 펜실베이니아 거리의 인도에서 약 90m 떨어진 백악관을 향해 총을 쏘았던 것이다.

매일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이 길을 걸으면서 철제 울타리를 통해 백악관건물을 관광한다.백악관 남쪽 사우스 론 쪽에서도 관광객들이 철제 울타리 바깥에서 백악관의 발코니를 배경으로 사진들을 찍는다.아침일찍 줄을 서서 기다려 백악관경내 관람권을 타면 낮무렵 백악관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워싱턴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인 이 백악관 관광에는 외국인도 많지만 거의 절반 이상이 전국 각주에서 온 미국시민들이다.서부의 캘리포니아에서부터 남부의 텍사스에 이르기까지 미국민들 가운데 많은 수가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관광을 고대하고 있다.

총격사건 당시 클린턴대통령은 중동순방에서 돌아와 백악관 2층 거처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미식축구 중계를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이날 백악관건물에 맞은 총탄 8발중 3발이 대통령이 쉬고 있는 건물에 맞았으나 다행히 인적 피해는 전혀 없었다.

백악관 경호실측은 이번 사건이 있기 전부터 대통령의 경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백악관 북쪽 펜실베이니아거리의 15가와 17가 사이를 차단,일반의 통행을 통제할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6주전인 지난 9월12일에는 한밤중에 현직 트럭운전사가 경비행기를 훔쳐몰고 남쪽 워싱턴기념탑 방향에서 백악관을 향해 가미가제 특공대식으로 돌진,대통령숙소 부근에서 박살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관저의 내부수리 때문에 펜실베이니아 거리 건너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 머물러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었다.

경비행기 돌진사건에 이은 이번 총기난사 사건은 백악관 경호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를 강요하고 있고그 과정에서 펜실베이니아가의 일부 폐쇄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경호실측은 펜실베이니아가를 차를 타고 가면서 백악관을 향해 총격을 가할 수 있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리언 파네터 백악관비서실장은 대통령의 경호와 시민의 대통령관저에 대한 접근 허용간에 최대한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경비행기 돌진사건 직후 『백악관은 국민의 집』이라고 강조했던 클린턴은 이날 총격사건에도 불구,예정대로 열린 백악관 만찬석상에서 『(공격용 총기의 휴대·판매를 제한한) 범죄방지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번 사건이 입증해 준다』며 자신이 적극 추진했던 이 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동요의 빛이 없었다.

워싱턴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펜실베이니아 거리를 걸으며 지척의 백악관을 바라보고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피부로 느낀다고 말한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거리가 과연 폐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워싱턴=이경형특파원>
1994-11-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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