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재무장(외언내언)

도덕 재무장(외언내언)

입력 1994-10-12 00:00
수정 199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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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식고려대총장은 황폐한 도덕과 지성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제2의 건학결의』를 선언했다.그를 위해 재학생들에게는 도덕교육기회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모든 고대출신을 우리사회 도덕재무장의 전위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선인들의 금언명구를 편집한 책 「명심보감」을 교양과정의 정규과목으로 설정하기로 했다고 한다.오늘처럼 「심각한 도덕적 위기」를 지성의 상아탑을 지키는 대학인이 수수방관만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도덕적 황폐행위일 터이므로 이런 결의라도 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며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다만 길(도)을 알고 덕으로 쌓는 데까지 이르지 못하면 도덕은 이루지 못한다.논어의 「양화편」에는 도청도설이라는 말이 나온다.「앞서 길(도)에서 들은 말을 다음 길(도)에서 금방 남에게 쏟아버린다면 스스로 덕을 버리는 것과 같다.좋은 말은 마음속에 간직하여 내것이 되게 하지 않으면 덕은 쌓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순자의 권학편에도 「소인의 학문은 귀에 들어가자마자 금방 빠져나가 마음에 머물지 않는다.입과 귀의 거리는 네치밖에 안되는데 요만큼밖에 못가고서야 일곱척의 육신을 훌륭하게 만드는 일을 할 수 있겠는가.…군자의 학문은 자기자신을 아름답게 하는 것에 비해 소인배의 배움은 인간을 잘못되게 한다」고도 이르고 있다.

선인들이 남긴 아름다운 어록으로 이뤄진 명심보감처럼 우리에게 좋은 말이 없어서 도덕이 파괴된 것은 아니다.예부터 내려오는 좋은 길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우리가 그 길을 자신의 길삼아 덕을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디 이 땅의 책임 있는 사학이 모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벌이는 도덕운동이 도청도설하는 소인의 학문이 되지 말고 군자답게 자기자신을 아름답게 연마하는 데 이바지하고 나라와 사회에도 기여하기를 빈다.

1994-10-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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