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판로 과보호/곽태헌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막걸리판로 과보호/곽태헌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1994-09-02 00:00
수정 199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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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판매구역을 제한하는 주세법의 조항은 철옹성인가.

재무부가 올해 세제 개편안에서 제시한 판매구역 완화는 예년처럼 당정협의에서 제동이 걸렸다.서울과 부산 등 6대 도시에 한해 내년부터 이 제도를 폐지키로 한 재무부안이 폐기됐기 때문이다.

대신 오는 98년부터 막걸리의 공급을 완전 자유화하기로 했다.당의 뜻이 그대로 반영된 듯 하다.자유화에 대비할 여유를 주자는 것이 명분이다.

그러나 과연 98년에 자유화될 지는 그 때 가봐야 한다.재무부는 지난 90년부터 판매구역 제한을 풀려고 했으나,그 때마다 정치권이 제동을 걸었다.재무부의 개정안은 90년의 경우 국회 재무위에서 심의가 보류됐고,지난 해에는 당정협의에서 폐기됐다.

정치권의 명분은 언제나 영세 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이번에는 그나마 캔과 팩 막걸리의 공급제한을 풀었으므로,예년에 비해서는 그래도 진전이 있었던 셈이다.

재무부가 6대 도시부터 자유화하자는 개선안을 내놓은 것은 예년의 시도가 실패하자 단계적인 자유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판매구역을제한하는 제도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유통질서의 혼란과 밀조주의 성행을 막는다는 취지로 지난 65년부터 시행됐다.당시에는 유통 및 보관시설이 좋지 않았고,또 막걸리는 변질되기 쉽기 때문에 그런대로 설득력이 없지 않았다.그러나 30년 동안 우리 사회는 발전을 거듭,유통과 보관은 전혀 문제가 안되는 세상이 됐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해당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양조장을 보호하려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그러나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감싸기만 하다가는 그들 스스로 자멸할 수도 있다.

경쟁을 두려워하는 기업은 필연적으로 망하게 돼 있다.30년간 과보호를 받고도 이에 안주해 온 막걸리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사양의 길을 걷고 있다.이른바 타도 막걸리를 단속하는 것 역시 코미디에 해당하는 행정력의 낭비이다.

언 발에 오줌누는 식으로 연명을 도와주기보다,뒤늦게라도 눈보라 치는 벌판에 내몰아 스스로 강인한 체력을 키우도록 하는 게 낫지 않을까.
1994-09-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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