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와 자책을 통감한다(사설)

자괴와 자책을 통감한다(사설)

입력 1994-08-27 00:00
수정 1994-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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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여의도클럽에서 있은 박홍총장의 당당하고 설득력있는 토론태도는 언론에 종사하며 사회의 방향타를 자임하면서도 비겁하도록 보신적인 우리를,지식인을 자처하면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에 용렬하도록 소극적인 우리를 자책하게 했다.특히 당치도 않은 이유로 그를 야비하게 반격하는 세력의 서슬에 주눅들었던 최근의 우리를 새삼 얼굴 뜨겁게 자책시켰다.

그가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 것이 진실의 힘임을 확인시켜주었고 이 시대에 박총장이라는 지식인 교육자가 거둔 공헌은 바로 구국임을 깨닫게 해주어,화산처럼 내연하는 진실이 분화구를 만나 뿜어져나오는 듯하던 이날의 토론을 통해서는 통한의 반성을 한 지식인 교육자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를 향해 아직도 삿대질하며 「사퇴」를 강박하고 「고소」협박을 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짓인지는 그 당사자들이 더욱 깨달았을 것이다.더구나 최근에 검거된 간첩 안모의 금고에서 나온 비밀문서 디스켓 한장의 내용만으로도 박홍총장의 증언에 대한 거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사제의 신분으로 고백성사를 누출한 것이라고 비난하며 교계에 압력을 부추기는 것이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가소로운 일이다.불법으로 직업상의 비밀을 폭로하고도 「양심선언」으로 포장하는 그들의 상투적 기법에 비하면 심상치 않은 사회적 병폐를 바로잡으려는 대학총장의 노력을 종교적 배임으로 몰려는 것은 고약한 음모일 뿐이다.사제로서의 도리로 사법적 거증을 거부한 행동은 「증거를 못댄 것」으로 비난하고,움직일 수 없는 진실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성직의무를 빗대어 공격하는 그들의 목적은 대체 무엇인가.게다가 궁극적으로 사제의 종교적 행적은 그가 속한 교회나 교단이 알아 할 일이다.

오늘 우리가 새삼스럽게 놀라는 것은 그가 거둔 관찰의 성과에 대한 것이다.그것은 그가 그의 제자와 신도들에게 한없는 사랑의 마음을 기울여 거둔 것이기 때문이다.언제부턴가 운동권내부에 악성바이러스처럼 침투된 주사파균의 존재를 그는 종교적 양심으로 꿰뚫어 추적한 것이다.민주화운동을 빙자하여 젊은이들을 예사로 분신자살케 몰아가던 세력에 대해우리 모두는 이미 망각했지만 그는 아직도 그걸 생각하며 목메어 편지를 못읽는 교육자다.누가 우리 젊은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염려하는지 자명하지 않은가.

이 사회의 기저를 흔들어 전복하고 그 논공행상을 혁명의 전과로 평가받으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아직도 「공안정국」운운하는 공허한 용어에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다.박총장의 제언과 충고는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는 환상적인 수령주의자들에게 가장 약이 된다.부모·교육자·지식인·지도층들이 나서서 이 충고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주선하고 돕는 일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적절하고 뜻있는 일이다.

정부가지하수법안지키다니 가뭄대책으로 개발된 한해지역 암반관정의 거의 전부가 오염방지시설을 갖추지 않아 오염비상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 밝혀 졌다.채수에 성공한 곳이나 실패한 곳이나를 구분할 것도 없이 조사대상 4백16곳중 단 21곳을 제외한 모두가 이 지경이다.하도 오랫동안 무분별하게 이루어져온 것이 지하수개발이었으므로 이 상황자체에 굳이 놀랄것도 없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경우는 좀 다르다.우선 이번 관정은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행정차원의 대작업이었다.그러니까 개인적 상업적 차원과는 달리 아무리 급해도 오염방지 규칙들을 원칙적으로 지키고 점검하면서 시행되었어야 할 일이었다.

뿐만아니라 바로 이런 문제까지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한 지하수법이 6월부터 발효돼 있다.건설부가 마련하여 6월11일부터 시행된 동법 시행령에 의하면 오염방지시설도 갖추고 수질검사도 받아야 지하수개발은 가능하다.결국 행정의지가 개입된 지하수개발마저 법을 지키지 않는 무심한 일반개인의 행위와 다를게 없이 됐다는 문제가 더 답답한 것이다.

이 사태의 확인은 물론 환경처·농림수산부·건설부의 합동조사로 이루어졌다.하지만 보도된 바에 의하면 각부처의 태도는 각기 좀 다르다.

이번 개발관정은 농림수산부의 업무소관이라고 말하는 부처가 있는가 하면 농림수산부는 또 문제를 제기하여 환경처에 알렸다고도 한다.환경처는 산하조직의 단속인력과 장비가 태부족이어서 대책마련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도 말한다.그 어느 입장도 언뜻 들으면 그럴듯해 보인다.법에 의해 지하수개발이나 이용시설의 시정명령권은 또 시·도지사에 주어져 있다.각부처간의 기능적 업무분할은 피할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집행의 유기적 연계에 아무도 책임지고 나서지 않는 행정의 근본적 무책임성이라고 볼수 있다.

환경처의 공식자료대로 우리 지하수는 이미 17%이상 오염돼 있다.이 오염은 또 세균의 문제가 아니라 중금속이 과다검출되는 수준이다.그런가 하면 퍼올리는 물의 적정량을 지키지 않아 땅이 꺼지는 곳마저 한둘이 아니다.

지난 7월중 가뭄이 한달쯤 계속되면서 지하 10m이내 지하수는 대부분 고갈됨을 확인했다.지하수 사용이란 결국 암반층 부존량에 달려 있는 것인데 이 역시 한계가 있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지표침하등 부작용이 없는 범위내에서 매년 뽑아쓸수 있는 양은 2백억t 정도이다.

가뭄이 닥치면 그때마다 급히 뽑아쓰다 잊어버리는 태도를 계속해서는 곤란하다.이번 사태를 계기로 좀더 분명한 지하수관리와 검사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지하수법이 개발측면의 모법이된다면 지하수오염방지법을 더 세분해서 제정하는 것이 방법일 것이다.
1994-08-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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