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안정때까진 「상호 탐색」 불가피/남북대화 일단 냉각기

북 안정때까진 「상호 탐색」 불가피/남북대화 일단 냉각기

이목희 기자 기자
입력 1994-07-10 00:00
수정 199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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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남의 정상회담 무산 시각 “유감” 표명/정일집권땐 “경색”·“큰진전” 엇갈린 전망

북한주석 김일성의 사망후 남북관계를 딱 부러지게 점치기는 어렵다.김일성의 사망원인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고 북한의 권력체계가 어찌 정착될지 등 아직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그러나 오는 25일로 예정되어 있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보면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남북관계가 심하게 경색되지는 않으리라 전망되고 있다.김일성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우리측은 남북정상회담은 당연히 무산된 것으로 생각했다.이에 대해 북한 관리들은 『남한의 언론이 정상회담이 완전히 무산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유감』이라는 논평을 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남북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즉각적 반응이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관리들은 김일성의 뒤를 잇는 차기 최고위 지도자가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하게 되리라고 말했다.구체적으로 지칭은 않았지만 김정일이 유력한 것처럼 시사했다.

우리측은 먼저 북한에 정상회담을 계획대로 갖자고 제의하지는 않기로 했다.그러나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유의하고 있다.북한측이 어떻게 나오는가를 우선 지켜보고 그에 따라 대응방향을 정한다는 신중한 자세이다.

당장 11일로 예정된 김영삼대통령의 평양체류일정 통보가 북측으로부터 올지가 관심을 끈다.북한이 김일성의 사망에도 불구,김대통령의 평양체류일정을 보내온다면 정부는 상당한 고민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김대통령의 화끈한 성격에 비추어 김정일과의 비공식 정상회담이라도 수락하리라는 예상도 있다.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보다 우세하다.우리 처지를 떠나서라도 북한 스스로가 그렇듯 빨리 정상회담을 서두르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북한측이 정상회담 성사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뜻이 있더라도 김일성의 장례기간인 11일에 김대통령의 평양일정을 보내오지는 않으리라 여겨진다.다소 연기되는 게 불가피하다.

특히 김정일이 김일성의 뒤를 잇는다해도 공식절차가 필요하다.당대회도 열고 최고인민회의의 추인도 있어야 한다.그런 절차 이전의 김정일은 공식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정상이 아니다.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더라도 연말정도로 일정이 늦추어질 가능성이 높다.북한 관리들도 남북정상회담의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정상회담도 그렇지만 남북관계 전반도 상당기간 「긴장속의 탐색」이 불가피하다.북한의 권력체계가 구체화되고 그것의 성격이 명확해질 때까지는 남북은 서로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우리로서는 새로운 북한 권력부가 진정 평화정착,남북대화의 의지가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모든 정보채널을 가동시킬 게 분명하다.긍정적 결론이 난다면 정상회담이 다시 적극 추진되고 다른 남북대화채널도 복구될 것이다.반대라면 남북관계는 어느때보다 험악한 대치상태로 빠질 우려도 있다.

불안하기는 북한이 더 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데다 절대적 카리스마를 휘둘렀던 김일성이 사망한 것은 북한으로 보면 절대절명의 위기이다.북한에는 우리 이상의 강력한 비상경계령이 내려져 있다고보아야 한다.

우리로서는 원만한 남북관계의 정립을 위해 북한의 의구심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김대통령이 즉각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7천만 민족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도 북한의 우려를 씻어주겠다는 배려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한다고 가정할 때도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그는 괴팍한 성격 때문에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남북관계가 나빠지리라는 전망이 나온다.그러나 김정일 주변에 테크노크라트가 다수 포진해 있는 점을 들어 남북관계가 오히려 실용적으로 진전되리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건 남북관계는 획기적으로 변화될 것임에 틀림없다.소련,중국이나 동구등의 예에서도 보듯 절대권력자가 사망하면 후계자는 대체로 전임자와 다른 대외정책을 추구하곤 했다.북한의 새로운 권력자도 남북관계를 새롭게 변화시키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김일성만큼 북한 사회를 통제할 수 있는 지도자가 북한에 없다는 것도 남북관계가 크게 바뀌리라는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이목희기자>
1994-07-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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