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개위 해프닝」의 교훈/박선화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교개위 해프닝」의 교훈/박선화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박선화 기자 기자
입력 1994-06-15 00:00
수정 1994-06-1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교육개혁위원회를 차라리 해체해 버리도록 하세요』­14일 아침 교육부에는 수험생인 아들의 분노를 전달하는 학부모의 목소리를 비롯,조령모개식 교육정책을 비난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전날 교개위가 내년부터 본고사 폐지를 골자로 하는 대학입시 개선책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가 7시간만에 거부된 해프닝을 질책하는 목소리였다.

교육부와 교개위를 구분못하는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부에 항의하는 심정을 이해할만 했다.

같은 시간 서울 종로구 창성동 교개위사무실.전날 발표석상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비교적 상세히 답했던 위원장·부위원장·상임위원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웬지 사무국 직원들의 어깨에도 힘이 빠진 듯 했다.

먼 발치서 개혁안의 입안과정을 지켜본 이들은 『서울대의 이기주의와 강남8학군 부모의 위세』에 눌려 「순진한 사람들의 고결한 뜻」이 좌절된 것 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전날 발표된 교개위의 대책은 용이 되려한 이무기의 헛된 꿈이 되고 말았다.학부모와 수험생을 담보로 개혁을 하기에는 이들의 현실적 입장,수능시험이 5개월밖에 남지않은 사실을 간과하는 우를 범했고 관계부처간 사전조율도 미흡했다.

교개위는 역대 교육부장관들이 입시제도를 고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다 실패한 전철을 비난하면서도 그들처럼 당위성에 얽매여 제발목을 묶는 자가당착을 범했다.

또한 지난 11일 전체회의 석상에서 투표권이 없는 교육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95학년도 본고사 폐지론」을 표결도 아닌 분위기로 의결시키는 절차상 하자를 드러냈다.

누구도 본고사가 가져오는 고교교육의 황폐화와 과열과외등의 사회적 병폐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그래서 명분있는 개혁일수록 현실에 바탕을 둔 합리적 방법과 절차에 따라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교육개혁일수록 서두른다고 앞당겨지지 않으며 이날 교개위에 수많은 격려전화가 있었음도 되새길만하다.

교육개혁은 이제 우리모두의 몫이자 굴레로 남게됐다.
1994-06-15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결혼식 생략?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 생각은?
비용 문제 등으로 결혼식을 생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1. 결혼식 굳이 안해도 된다.
2. 결혼식 꼭 해야 한다.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