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에 다시 열린 과거시험

100년만에 다시 열린 과거시험

입력 1994-06-12 00:00
수정 1994-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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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성균관서… 전국 2백10명 응시/장원급제한 1명 어사화쓰고 행진

그동안 닦은 자신의 학문을 시지에 옮기는 시생들의 붓놀림은 분주했다.이윽고 50분의 시험을 종료하는 북소리가 울리고 시관들의 심사를 거쳐 방이 붙었다.

18 94년 갑오경장이후 1백년만에 처음으로 11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에서 재현된 조선시대 알성문과시는 관련문헌등에 따라 복장에서부터 의식에 이르기까지 과거시험과 똑같이 치러졌다.

영예의 장원은 대구에서 한문서당을 운영하는 곽경순씨(53)로 그는 다음과 같이 서울을 노래했다.

­화산진북건왕도(아름다운 산이 북쪽을 눌러 왕도를 세우고)…약사분강귀통일(만약 갈라진 남북이 통일을 이루면)무궁대도탄전도(무궁한 대운이 앞길을 연다)­

알성시 급제자 12명 전원에게는 합격증서인 홍배·어사화·일산 및 술과 과일이 하사됐다.이어 문무대신들이 참석하는 축하잔치인 은영례,그리고 농악대를 앞세우고 명륜동거리를 행진하는 유가행진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이날 시험에는 전국 2백33개 향교에서 선발된 1백명의 유림과일반지원자등 모두 2백10명이 응시했다.응시자들은 녹명소에 접수를 한 뒤 과장인 명륜당으로 입장했다.각본대로 응시자 3명이 시가 적힌 쪽지를 몰래 숨겨들어가다 수협관(감독관)의 몸수색에 걸려 퇴장당하는 진풍경이 벌어져 분위기를 다소 가볍게 했다.

시생들이 지필묵을 배분받고 과장으로 입장하는 동안 임금을 모신 연(임금이 타는 가마)은 3정승과 한성판윤,그리고 금부도사등 2백여m의 긴 행렬을 이루며 창경궁을 떠나 성균관 하련대(가마에서 내리는 곳)에 도착했다.임금역은 추첨을 통해 뽑힌 시민 강영준씨(65)가,한성판윤역은 이원종서울시장이 직접 맡았다.

시제는 정도6백년을 주제로 하되 운은 도·모·구·부·도.형식은 이들 5개의 운이 1,2,4,6,8행의 맨끝에 들어가되 3,4행과 5,6행은 대구를 이뤄야 하는 칠언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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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과거장에는 응시자가족과 일반시민등 1천여명이 나와 이를 관심있게 지켜봤고 가훈써주기·전통혼례등 행사를 통해 「온고이지신」의 뜻을 되새겼다.<이진희기자>
1994-06-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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