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비리풍자 은어 늘고있다/여만철일가 등 귀순자 증언

북에 비리풍자 은어 늘고있다/여만철일가 등 귀순자 증언

구본영 기자 기자
입력 1994-06-08 00:00
수정 199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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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좋아하는 「껀동무」 등 신조어 유행/「쌩」→화폐·「민족반역자」→성병환자 지칭

최근 북한사회에서 각종 정치·사회적 부조리와 세태를 풍자하는 은어와 유행어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북한 사회안전부 출신의 여만철씨 일가와 북한원자력기구 산하의 남천화학연합기업소 폐수처리반장으로 일하다 탈출한 김대오씨 등 최근 북한을 탈출한 귀순자들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배고픔과 사회적 차별대우가 견디기 어려워 탈출한 김대오씨(35)는 김일성세습체제를 노골적으로 비웃거나 뇌물받기등 당정간부의 각종비리를 꼬집는 은어가 가까운 친지들 사이에 널리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뇌물과 관련된 대표적 은어로는 「고이다」가 있다.「고이다」는 어떤 물건을 지탱하기 위해 그 밑에 받쳐준다는 의미의 「괴다」의 방언으로 뇌물을 받친다는 뜻으로 변조돼 사용되고 있다는 것.

이를 응용한 이른바 북한식 「뉴턴의 제3법칙」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고이면 움직인다」가 그것이다.

뇌물을 받기 위해 사사건건 트집잡기를 일삼는 사회안전원을 비웃는 말로는 「껀동무」가 있다.또 김부자를 호위하는 호위총국 군관들이 사는 고급아파트를 「공산주의 아파트」로 지칭해 사회적 차별대우에 대한 질시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김정일이 좋아하는 『우리식대로 살자』는 구호를 변조한 『우리식대로 통강냉이 먹자』는 말도 친한 사람끼리 주고 받는 유행어다.다른 나라 사람이 이팝(쌀밥)먹을 때 옥수수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잦아지면서 표출되는 불만의 표현이다.

최근에는 문란한 성문제를 풍자하는 유행어도 부쩍 늘어나 북한에서도 점차 성개방 풍조가 퍼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깔개」(당정간부의 여비서),「간부절단기」(당간부가 부정한 여성관계가 탄로나 처벌을 받게 됐을때 상대했던 여성)등이 대표적인 은어다.

이밖에도 평양 등 대도시의 외화상점이나 호텔주변에서 은밀히 이뤄지고 있는 매춘과 관련한 유행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일회용 기생」,「함지박 사라」,「민족반역자」 등이 그것이다.「일회용 기생」은 매춘부를,「함지박 사라」는 윤락여성들의 호객행위를 각각 가리킨다. 또 「민족반역자」는 성병환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김정일이 에이즈환자를 민족반역자로 규정한데서 비롯됐다.

탄광에서 일하다 귀순한 황광철형제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청소년층에서도 각종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이를테면 듣기에도 지겨운 주체사상 등 사상교육을 되풀이하는 교사를 「생코」,돈을 「쌩」이라고 부르는 따위다.특히 배금주의가 확산되면서 「돈이 날개」라는 말도 유행을 타고 있다는 소식이다.

북한사회의 각종 신조어는 90년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귀순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89년 평양축전과 90년 동구권의 몰락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가속화되면서 세태를 풍자하는 은어와 유행어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난,특히 식량과 생필품 부족 및 당정간부와 일반주민간 생활수준 괴리에 따른 불평불만이 은어를 양산하는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이와 아울러 이웃 중국으개방으로 북한으로 외부사조의 유입강도가 높아진 것도 큰 요인으로지적되고 있다.<구본영기자>
1994-06-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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