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유전 찾아내기 잇따라 실패(현장/세계경제)

쓸만한 유전 찾아내기 잇따라 실패(현장/세계경제)

김재영 기자 기자
입력 1994-04-06 00:00
수정 199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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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멀지않아 오름세로”/미 메이저,아·남미 탐사서 돈만 날려/「북해러시」 이후 대형유전 개발 전무/“매장량 77%” OPEC위력 부활 불보듯

장기 하락국면에 묶여있는 국제 석유가가 유전탐사의 잦은 「실패」에 편승,상승반전 한다는 예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5년내 최저수준

세계 각지의 탐사를 통해 쓸만하다고 판정되는 새 유전이 갈수록 드물어짐에 따라 국제원유의 수급상황이 지금과는 아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현재 1배럴당 12∼14달러대로 5년래 최저수준인 유가는 반대로 인상가도를 달리게 되며 따라서 빛바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위세와 영화가 부활된다는 전망이다.

OPEC가입 13개 산유국들은 유가가 10달러 아래로까지 폭락할 가능성이 대두된 가운데서도 지난 주말의 각료회의에서 현 2천4백50만배럴인 1일 총 산유량을 감축하는데 실패했다.비OPEC분을 포함해 날마다 6천만배럴씩 뿜어올려지는 원유중 1백만배럴 이상이 과잉 공급량이다.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유가의 추가 하락은 뻔해 보인다.그러나 유전탐사의 실패율 증가,즉 『새 유전 찾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에 주목하면 유가의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 필연적 대세로 여겨진다.

미국 석유회사 모빌(93년 매출액 6백억달러)의 최고경영층은 2년전 페루에서 흔히 「코끼리」란 은어로 통하는 초대형 유전 후보지를 물색해 냈다.환경주의자들과 기나긴 실랑이를 벌이고 궁벽한 오지에 거대한 탐사장비를 이동시키는등 온갖 고생을 다 했지만 결국 「헛」유정으로 밝혀지고 말았다.

○「코끼리급」 기대난

『유전탐사에 관한 고전적인 예』라고 루치오 노토 모빌회장은 회고한다.

『3천5백만달러를 쏟아넣은 다음에야 쓸모없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실패담들은 석유업계 주변에 널리 알려져 있다.석유회사들이 동남아·남미·아프리카 등지에 돈과 공을 다들여 시추공을 수다하게 뚫었으나 스트라이크는 드물었다.미국의 아르코사(매출액 2백억달러)는 93년 한햇동안 알래스카에서만 13개의 유정을 시추하는데 1억6천3백만달러를 썼다.결과는 미약한 발굴획득에 그쳤다.영국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은 콜롬비아에 코끼리급 후보지를 찾아내 흥분했지만 그 유전도 금방 바닥이 나고 말았다.대형 유전은 지난 60년대 말경 유럽대륙 위의 북해에서 발견된 후 감감 무소식이다.

『그후에도 많은 유전이 발견되긴 했으나 모두 대어급에서 벗어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추정 매장량 1백30억배럴의 북해유전이나 1백억배럴 상당의 알래스카 프루도 베이 유전에는 아주 못 미쳤다.

이에따라 사업상 유전탐사 활동을 중단할수가 없는 석유회사들은 그들의 비상한 노력을 이미 대량으로 석유가 발굴된 북해등 기존지역으로 되돌렸다.또 구소련 국가들과 중국·베트남·베네수엘라 등에 대형유전이 파묻혀 있으리라는 오래된 추정이 새삼스럽게 부각되고있다.

새롭게 발굴되는 유전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최근의 상황은 결국 유가의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원유의 과잉생산이 유가를 하락 일변도로 몰아가고 OPEC의 가격결정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가운데서도 많은 국가들의 경제가 되살아나 세계는 또다시 석유에 목말라 하는 모습을 노출한다.그런데 OPEC만이수요 증가에 답할 거대 매장량을 품에 안고있다.

○한때 비중 30% 급락

알래스카와 북해유전에서 석유가 넘쳐나온 80년대에 OPEC는 수세에 몰려 50%이상이던 전세계 산유량 비중이 85년 30%까지 급락했다.그 이후 OPEC의 비중은 43%에 고정되어 있는데,새 유전의 추가가 어려워진 시점에서 최신 추정치로 전세계 석유매장량의 77%인 7천7백억배럴이 OPEC 회원국 영토안에 파묻혀 있는 사실은 주목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OPEC는 현재 산유량의 10%인 2백50만배럴 정도는 당장이라도 더 뿜어올릴 수 있다.반면 다른 대형유전지역의 생산량은 감소세에 놓여있다.미국의 국내 산유 능력은 계속 떨어져 지난해에는 58년이후 최저 수준인 1일 6백90만배럴로 격감했다.

『근본적인 여건이 OPEC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석유 수요는 지난 4년간 엇비슷했지만 올들어 경기회복이 세계 곳곳에서 포착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올해 석유 수요는 3.5∼4% 증가할 전망인데 2%만 증가하더라도 1백50만배럴이 날마다 추가 생산되어야 한다.

○북해일대 눈돌려

이처럼 과잉분을 말끔히 소화할 가능성은 커진 반면 석유회사들의 탐사활동이 북해등 기존지역으로 이동됨에 따라 OPEC의 산유비중을 잘라먹을 만큼 거대한 신규 유전이 발견될 확률은 한층 적어졌다.81년부터 87년사이에 미국의 대형 석유업체 18개사가 시추장소에서 손을 털고 철수했다.엑손사(매출액 1천1백억달러)는 80년대에 소말리아·말리·탄자니아·모잠비크·차드·나이지리아·모로코 등지에서 광범위한 탐사활동을 펼쳤다가 차드·나이지리아만 빼고 모두 철수했다.로열 더치 쉘그룹도 다마가스카르와 과테말라에서 북해로 옮겼다.

뿐만 아니라 성공률이 저조한 유전탐사에 대한 투자 자체가 소극화 돼 80년대 1백50억달러에 이르렀던 미대형 석유업체들의 연 탐사경비가 60억달러로 급감했다.이 또한 유가의 상승반전을 예측케 하는 현상인 것이다.<김재영기자>
1994-04-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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