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협력시대(로스 알라모스에 가다:하)

미­러 협력시대(로스 알라모스에 가다:하)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4-03-28 00:00
수정 1994-03-2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비밀기지 상호공개… 「핵데탕트」 시동/고온초전도체 등 첨단기술 공동연구/뉴멕시코대선 군사기술 민수화 집중 연구/위성용 핵발전기에는 「러」 기술 활용/체르노빌·스리마일 「쓰라린 경험」 공유… 안전기술 교류도

외국특파원들의 로스 앨라모스 방문기간중 현지 「앨버커키 저널」 1면에는 기자들의 관심을 끄는 두건의 기사가 함께 실려 있었다.

○작년 「아자머스16」 방문

머리기사로는 올드리치 애임스(52) 미CIA(중앙정보국)요원이 러시아에 중요 국가기밀을 팔아넘겨오다 2중간첩 혐의로 체포됐다는 얘기가 실려있었고 바로 그 아래는 이곳 뉴 멕시코대학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핵기술을 민수용으로 전환시키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게 됐다는 기사가 게재돼 있었다.이대학은 미국정부가 지원하는 3천5백만달러로 이들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핵및 군사기술을 민수용 기술로 상업화하는 작업을 지원하게 된다는 것이었다.공교롭게도 대조적이고 상징적인 두개의 기사가 같은날 나란히 보도된 것이다.

기자들이 핵기지인 로스 앨라모스의 브래드버리 과학박물관에 갔을때 전시실 한복판에는 러시아의 핵과학자들이 이곳을 방문해 미국과학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과 미국과학자들이 러시아의 핵기지 「아자머스16」을 방문해 촬영한 기념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40여년 소핵병기 개발

아자머스16이란 모스크바 동남방에 위치한 옛소련의 비밀핵기지로 미국의 로스 앨라모스와 대칭되는 곳이다.미국보다 3년 늦은 1946년 출범,아자머스16에는 그동안 1만7천여명의 소련과학자들이 모여 소련의 핵병기등 첨단군사기술을 개발해 냈던 곳이다.16이란 숫자를 붙인 것은 이런 기지가 여럿 있는듯 위장하기 위한 것이었고 실은 소련에는 핵기술개발기지가 아자머스 하나 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러시아간의 새로운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들사진 바로 옆벽면에는 북한이 남침을 개시했음을 알리는 1950년 6월25일자 「시카고 선데이 트리뷴」지 1면과 한반도에 휴전이 성립됐음을 알리는 1953년 7월27일자 「워싱턴 포스트」지 1면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6·25개발” 신문도 게시

핵무기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이런 기사를 왜 이곳에 내걸려 있는지가 적이 궁금했다.안내인에게 까닭을 물었으나 그도 모르겠다는 대답이었다.굳이 상상력을 발휘해 보면 「한국전」때 핵무기를 사용할 뻔한 몇번의 고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핵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있었고 핵전의 위험때문에 정전이 성립됐다는 상징성을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그때는 이미 소련도 핵을 갖고 있었다.

일단의 미국과학자들이 러시아의 아자머스16을 방문한 것이 93년 9월이었다.그리고 그 답방으로 러시아의 과학자들이 로스 앨라모스를 찾은 것은 같은해 11월이다.아직 기간이 짧아 양국간에 구체적인 핵기술협력의 성과가 나타난 것은 없다.

○극고온 자장발전기도

그러나 그동안에도 핵안전문제엔 상당한 수준의 정보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러시아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미국은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사고라는 공동의 쓰라린 경험들을 갖고 있다.핵의 민간부문 이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핵안전관련기술은 대단히 중요하고또 상업적 전망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두나라가 우선 공동연구할수 있는 분야로 극고온자장발전기 개발,고온초전도체연구 등이 검토되고 있다.

뉴 멕시코의 국립필립연구소는 위성전문연구소다.군사적 목적의 첩보위성이든 민간부문의 각종 위성이든 전기를 계속해서 공급하는 문제가 난제중의 난제로 꼽힌다.그런데 이 분야 연구에 러시아가 미국보다 앞서 있었던 모양이다.

○1천말불에 2대 도입

위성의 좁은 공간에서 소형 핵발전기를 이용해 전기를 장기간 공급하는 고도의 기술이었다.미국은 러시아와의 오랜 교섭 끝에 92년 발전기 2대를 1천3백70만달러에 사들이는데 성공했다.요즘 필립연구소는 러시아에서 사온 이 핵발전기의 성능을 계속해서 실험하고 있었다.하나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다른 하나는 진공상태에서 실험하고 있다.

이곳의 한 과학자는 지금까지의 성능테스트 결과가 만족할만 하다고 밝힌다.그래서 4대를 추가로 사들이는 교섭을 진행중이라는 것이다.성능실험까지 해보았으니 직접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원리를 알았다고 해도이 분야 기술에는 러시아가 앞서 있기 때문에 사서 쓰는게 경제적이라는 대답이었다.

○“양국협력 엄청난 변화”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자동차회사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등에서 부품을 사서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석을 달았다.그때 한 일본기자가 일본이 미국에서 전투기를 사다쓰는 비유는 어떻겠느냐고 농을 건네자 그는 『아주 적절하다』고 답변했다.

반세기 동안이나 적대국이었던 미국과 러시아가 그것도 가장 민감한 군사기술분야에서까지 함께 연구하고 협력하는 시대가 됐다.엄청난 변화를 실감한다.<뉴 멕시코=임춘웅특파원>
1994-03-28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