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비순(외언내언)

과외비순(외언내언)

입력 1994-03-28 00:00
수정 1994-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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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권위주의시절이 나았어요.이건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요』

어느 치과의사 부인의 이야기다.그 시절의 특권층이 아니고서야 오늘의 문민정부보다 권위주의시절의 압제가 더 좋았다고 어찌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보면 납득이 간다.『큰 아이가 고등학생이고 작은 아이가 중학생인데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가계가 쪼들려요.옛날처럼 과외를 철저히 금지한다면 이렇게 힘들진 않을텐데…』

돈 잘 버는 직업인 의사중에서도 소득이 더 높다는 치과의사의 가계가 과외로 휘청거릴 정도라면 일반서민들의 형편은 어떠할지 미루어 짐작할수 있는 일이다.자녀들의 과외비를 충당하기 위해 중산층 주부들이 백화점의 판매사원으로 나서고 하급공무원 부인들이 시간제 파출부로 나서는 상황이 그래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심지어 남편 몰래 집을 저당 잡히고 은행융자를 내어 자녀 과외비로 쓴다는 주부도 있다.

「맹모삼천지교」를 무색하게 만드는 우리 어머니들의 이런 교육열을 더욱 불붙게 할 조사자료가 나왔다.「사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의 과외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수도권 고교생의 40%가 과외를 받고 있는데 월 평균 과외비는 46만원선이고 과외비가 많을수록 성적이 높다는 것이다.즉 상위권 학생들의 과외비 평균은 79만1천원,중위권은 33만6천원,하위권은 20만3천원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하니 부모의 등골이 휘더라도 과외를 시키지 않을 수 없으며,GNP 5%의 교육재정 확보 방안을 놓고 교육당국과 교육계가 입씨름을 하고 있는 한편에서 사교육비는 GNP 7% 수준대의 10조원을 훨씬 웃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탓할수만은 없다.국가발전의 원동력인 교육열을 정부당국이 올바르게 유도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우리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로 쓰인다면 5년안에 학교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교육자들은 말한다.
1994-03-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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