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기류/「대북제재」 러시아 입장 바뀌었나

모스크바의 기류/「대북제재」 러시아 입장 바뀌었나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4-03-24 00:00
수정 199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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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강조속 다목적 대평양 채널 가동/외교주도권 회복 노려 제재엔 미온적

북한핵문제 해결과 관련한 러시아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노력을 지지한다」는 다분히 원칙론적인 것이다.

북핵문제의 유엔안보리 회부를 천명한 IAEA결의안에 일단 찬표를 던진 이튿날인 22일 러시아 외무부대변인 발표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기존 입장의 재천명이었다.

문제는 대화를 통한 해결노력이 실패했을 경우,과연 러시아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는 데 있다.이 물음에 카라신 외무부대변인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IAEA결의안,한국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그러나 현단계에서 경제·무력제재조치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박았다.따라서 현단계에서 이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되고 대북제재를 담은 결의안이 상정될 경우,러시아의 찬반여부를 점치기는 힘들 것같다.

그러나 외교면에서 러시아의 입장이 그동안의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최근 전반적으로 「적극적 역할」모색쪽으로바뀌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이는 일차적으로 러시아 국내정치상황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지난해 12월총선 이후 정국전반이 「보수화」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최근들어 외교면에서도 눈에 띄게 강대국으로서의 제목소리를 찾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보스니아사태,중동문제해결에서 적극중재역을 자임하고 나선데서 분명히 드러났다.이런 추세가 북핵문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이는 한반도에서 과거처럼 「지렛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할수 있다.아울러 북한과도 냉각된 관계를 청산키 위해 서서히 대화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는 조짐이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코지레프외무장관이 21일 하타 쓰토무(우전자)일본외상과의 회담에서 북핵해결을 위한 미­러­중­일 4자회담을 제시한 것도 이같은 적극중재의 일환으로 볼수있다.

아울러 러시아는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대북 대화채널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북한도 러시아의 대화요구에 긍정적으로 답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북핵문제에 있어 앞으로 한국 미국등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물론 우리정부도 외교채널을 통해 러시아의 입장을 계속 체크하고 있지만 이같은 변화는 충분히 고려돼야 할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감안해야 할 중요 사항은 북한의 핵개발 수준에 대한 러시아의 평가다.러시아의 외교·핵전문가들은 북한이 재처리·운반체 기술은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 핵폭탄을 제조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기술·경제적인 「갭」이 있다고 평가한다.이같은 평가가 대화노력쪽에 더 비중을 두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도 볼수있다.그러나 러시아가 핵비확산이라는 세계적 대명제에 이견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우크라이나·벨로루시등 구소련영토내 핵무기 처리를 둘러싼 분쟁도 해결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에 특정국의 핵개발에 반대한다는 대원칙은 확고하다고 볼수있다.따라서 일단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외교노력을 기울였는데도 그 노력이 실패,국제제재쪽으로 갈 경우 러시아는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4-03-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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