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로텐다 홀」/백남치 국회의원·민자당(굄돌)

미완의 「로텐다 홀」/백남치 국회의원·민자당(굄돌)

백남치 기자 기자
입력 1994-02-23 00:00
수정 1994-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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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47조 1항의 규정에 의한…국회 임시회의 집회요구가 있으므로…공고합니다.국회의장 이만섭』항상 한자만 사용하던 국회소집공고문이 처음 한글로 공고되었다.변화의 단면이다.

문민정부 출범후 국회는 많은 변화의 모습을 겪었다.이제 일반인들도 국회를 출입하는데 자연스럽다.주말이면 결혼식을 올릴 신랑신부들이 국회 마당에서 사진촬영을 하고,휴일에는 어린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나들이 장소로 찾기도 하며,연인들의 데이트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지난 1년 동안 우리에게 불어 닥친 개혁의 바람이 권위주의의 상징처럼,때로는 먼 이국처럼 느껴지게 하던 국회를 이제 국민의 가까운 곳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런데 이제 그저 가까울 뿐만 아니라 마음 속 소중한 곳으로 자리잡아 가야 할 때이다.

의사당 2층 광장,희랍어로 「토론 광장」을 뜻하는 로텐다라는 이름을 가진 커다란 홀에는 두개의 대회의장 출입문이 마주보고 있다.그런데 그 두 회의장 입구 양쪽에는 사람허리보다 조금 높은 대리석 사각기둥이 두개씩 서있다.

장식이라고 하기에는 단조로운 모양이라 처음 보면 그 용도가 궁금해진다.국회 직원들이나 회기중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기자나 공무원들도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그 대(대)에 기대어 서서 잡담을 하기도 하며 심지어 위에 올라서기도 한다.

그런데 그 네개의 대는 다름아닌 우리나라 의회정치에 귀감이 될만한 의원들의 상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 한다.

아직 그것 어느 한자리도 채울만한 사람이 없어 허리 잘린 기둥 마냥 썰렁하니 서있는 것이다.그러다 보니 의미없이 공간만을 차지하는 천덕꾸러기 같은 느낌이다.

의회정치가 제 모습을 다하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기에,그리고 그간의 우리 정치사가 순탄치 않았기에 성급한 바람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반세기가 되어 가는 우리 의회정치에서 그 어느 한 곳도 채워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허전하게 한다.정치인으로서 부끄러움마저 든다.의사당을 바라 볼 때마다 느껴지는 미완성의 건물인 것 같다는 느낌은 거기에서 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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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세대의 정치 마당에서 그 자리가 다채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하지만 우리사회가 현재 뿌리고 있는 변화의 싹이 성과를 거둔다면 그 4개의 대가 다 채워질 날이 멀지만은 않다고 기대해 본다.그 때에 의사당의 로텐다 홀은 우리 국민의 마음속 소중한 곳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1994-02-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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