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 콸콸… 금호강은 “먹물”

폐수 콸콸… 금호강은 “먹물”

입력 1994-01-15 00:00
수정 1994-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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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뒤덮인 죽음의 강… 공단하수도 변모/악취에 구토·두통… 사람발길 “뚝”/공장선 톨루엔을 맹물 다루듯

낙동강오염원으로 지목받고 있는 금호강주변의 공단들은 전국을 흔들고 있는 오염소동에 아랑곳없이 오늘도 시커먼 폐수를 쏟아내고 있었다.

달서천을 비롯한 대명천·공단천등 대구지역공단을 끼고 있는 지천에서 정화가 제대로 안된채 흘러내린 폐수로 금호강은 먹물을 뿌려놓은듯 물색깔이 시커멓게 변해 있고 강모래는 검붉게 변해 있었다.

톨루엔을 사용하는 업체가 20개소 있는 대구시 서구 비산동 대구염색공단 중간을 흐르는 공단천.이 공단천을 흐르는 물은 물이라기 보다는 시궁창이다.이 공단천에선 생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5∼6분정도 하천변에 서있으면 누구든지 속이 매스꺼워지고 어린이나 노약자·임산부 등은 금방 구토를 하기 일쑤다.

서대구공단이 있는 이현천,성서공단이 있는 대명천도 같은 실정이다.하천이면 어느 곳에서나 쉽게 눈에 띄는 붉은 색깔의 실지렁이도 찾아볼 수 없어 유독물질이 많이 함유돼 있음을 쉽게알아볼 수 있다.이같이 시커먼 폐수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 금호강 지천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없는 불모지로 변한 것이다.

5전년전만 해도 금호강 중·상류에선 낚시꾼이 간간이 눈에 띄고 빨래하는 아낙들도 보였으나 최근에는 전혀 보이지 않아 죽음의 강이란 새로운 이름을 얻고 있다.금호강변에서 20여년간 농사를 짓고 있다는 대구시 북구 산격동 146 이영철씨(55)는 금호강물이 하루가 다르게 더욱 검붉은 색깔로 변하고 있다며『매월 1∼3차례씩 죽은 고기들이 떠내려가고 있다』고 말해 유독물질이 주기적으로 흐르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죽음의 강이란 달갑잖은 이름을 얻은 금호강은 주변공단 1천7백여개소에서 버리는 폐수가 유화를 그려놓은듯 강물 곳곳에 먹물띠를 형성,하류로 내려가면서 몸살이라도 앓듯 거품을 심하게 품어내며 거품으로 뒤덮여 있었다.

톨루엔을 사용,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을 돌아보면 한눈에 원인자가 금호강변의 공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간 5백여t의 톨루엔을 사용하는 대구시 서구 비산동 대구염색공단 S염직등 대구염색공단내 7개 염색업체 작업현장에는 가는 곳마다 근로자들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톨루엔을 마치 맹물다루듯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일부작업장에선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톨루엔이 유독물인가 조차도 모르고 가정에서 물로 세탁하듯 마구 사용하고 있어 이것이 그대로 하수구로 흘러 낙동강으로 들어가리란 짐작은 확인을 않고도 가능하다.

이같은 일은 서대구공단과 성서공단등 대구시내와 구미·달성공단등 경북도내 각급공단의 업체들도 같은 실정으로 벤젠이나 톨루엔을 사용하면서도 신고를 하지않은 업체들은 관리가 더욱 허술할 것으로 보인다.<김동진기자>
1994-01-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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