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장사」가 근로자복지라니/황성기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복권장사」가 근로자복지라니/황성기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황성기 기자 기자
입력 1994-01-06 00:00
수정 1994-01-0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치열한 복권시장에 노동부가 뛰어들었다.지난해 대전 EXPO복권이 폐지된 이후 3종류로 준 복권이 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사에서 오는 6월부터 최고상금 1천만원짜리 「근로복지복권」을 발행하게 됨으로써 다시 4개로 늘어나게 됐다.

건설부의 주택복권,문화체육부의 체육복권,과학기술처의 기술복권에 이어 근로복지복권마저 가세하면 가히 복권홍수시대를 맞는 셈이 된다.

노동부가 복권발행을 구상한 것은 지난 92년.중소기업근로자의 복지증진을 위한 기금이 정부예산으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복권발행을 궁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떳떳하지 못한 복권발행에 정부가 먼저 나설 수 없다는 「체면론」 때문에 속앓이를 하다가 의원입법으로 근거법령인 중소기업근로자복지진흥법을 만들어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여야간 큰 이견없이 통과시켰다.

여론은 좋지 않았지만 노동부는 뚝심있게 밀어붙였다.중소기업근로자의 복지를 높이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이라면서.

그러나 「근로자의 복지증진」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복권장사에 뛰어든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이냐는 비판에 대해서 노동부는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복권수익금으로 체육선수들에게 포상금을 주는 것보다는 낫다는 설익은 반론을 펴고 있는 정도다.

시민들의 푼돈을 모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중소기업근로자들을 돕는 게 뭐가 나쁠 게 있느냐는 투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복권은 시민들의 사행심을 이용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그리고 상금을 노리는 사람은 주로 서민층이 많다.

지난해 내무부에서 내놓은 「자치복권」은 비록 청와대의 뜻이었지만 반대여론이 일어 지난해 국정감사 직전 백지화됐다.

이같은 사실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정책수행을 위해 수단과 방법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근로자복지지수=복권판매고」라는 인식이 행여 근로자들 사이에 생긴다면 건전한 근로풍토를 저해하게 될 것이다.또한 모처럼 형성되어가는 근로자정책에 대한 정부의 신뢰성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1994-01-06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