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개혁속도 싸고 내분/옐친의 회견내용 모호

러시아 개혁속도 싸고 내분/옐친의 회견내용 모호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3-12-24 00:00
수정 1993-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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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파·점진파 실정책임 서로 떠넘겨/보수세력 포용 정책노선 정립에 골몰

총선에서 개혁세력이 예상밖의 고배를 마심으로써 급진개혁에 대한 노선수정의 필요성이 강력 제기되고있다.그러나 옐친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직 분명한 입장개진을 않고있다.

옐친대통령은 22일 최근 총선에서 개혁 정당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경제개혁과 외교정책은 변함없이 계속 추진될 것이며 아울러 강력한 통치기반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희망에 부응,오는 96년6월까지로 정해진 자신의 현 임기를 채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후 첫기자회견에서 총선결과에 대해 『개혁세력이 패배한 것은 국민들이 지난 2년간 추진돼온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 실망한 때문』이라며 앞으로 이들의 입장을 고려한 사회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말해 일단 정책변경 필요성은 시인했다.그러나 급진개혁의 대명사격인 가이다르부총리의 거취에 대해 『가이다르는 계속 정부에 남아 경제개혁을 책임질 것이다.그가 남는다는 것은 그가 추진해온 정책도 계속된다는 뜻』이라고 말해 노선변경여부에 대한자신의 입장을 애매모호하게 만들어버렸다.

옐친행정부내 핵심각료들간에는 이미 노선수정을 둘러싼 의견대립이 심각히 진행되고 있다.점진개혁론자로 옐친진영에 몸담고있는 체르노미르딘총리는 급진개혁파들에 대한 선제공격을 가했다.그는 지난 18일자 일간「트루드」지와의 회견에서 『총선패배는 경제를 책임진 가이다르와 추바이스부총리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국민다수가 현경제정책에 반대하는 현실을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정책기조를 통화안정 위주에서 생산증대로 바꾸고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사회보장비 지출을 늘려야한다고 말했다.아울러 가이다르,추바이스등을 겨냥해 내각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가이다르부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정책결정은 대통령의 권한이다.대통령이 개혁속도를 늦추기로 한다면 나는 더이상 정부에 남아있을 생각이 없다』고 맞섰다.이어서 20일 급진개혁론자인 보리스 표도로프 재무장관이 일간 이즈베스티야지와의 회견에서 『옐친대통령이 지난 2년간 해온 개혁을 계속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제하고 만약 개혁속도가 늦춰진다면 자신을 비롯한 개혁파 각료들은 내각을 떠날 것이라고 체르노미르딘총리의 공세에 정면으로 맞섰다.

옐친대통령으로선 새헌법에 따라 의회와 비교할수없는 막강한 권한을 확보하게됐지만 의회의 뜻을 외면하고 급진개혁을 밀고나가기는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은게 사실이다.우선 하원(두마)4백50석중 70석 가까이를 확보한 우파 자민당,연합전선결성을 선언한 공산당·농민당·민주당등 보수세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는 사실상 국정운영이 힘들게 됐다.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여러차례 의회내 모든 정파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빈곤계층을 위해 사회복지비 지출을 늘리겠다고 말한 것은 이런 고민의 일단을 피력한 것으로 볼수있다.

그렇다고 가이다르를 비롯한 급진개혁각료들을 퇴진시킨다면 지난 2년의 시행착오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그래서 가이다르 유임과 함께 외교정책,국내개혁의 기본틀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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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중적인 발언중 어느쪽에 더 무게가 실린 것인지는 아직 단정키 힘들다.사회 빈곤계층을고려한 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지만 일단은 조만간 정부조직개편과 함께 단행될 개각때 급진개혁파가 잔류하는지 여부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같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3-12-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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