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쟁이 「현역」의 옷을 벗는다.한국일보에 18년남짓 있다가 서울신문으로 온 것이 73년 11월1일이었다.논설위원으로 왔다가 논설위원으로 제대하는 것인데 내일로써 20년이 꽉 찬다.40년 가까운 세월동안 한국일보와 서울신문에서 해찰 안부리고 신문쟁이로만 살아오는 사이 인생도 어느덧 11월로 저물었다.문득 찬바람을 느낀다.세상은 「예비군」훈련이라도 나오라고 해줄 것인지.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 혁구습장은 잘못된 묵은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가르침이다.그 첫번째 항목의 지적은 이렇다.『그 마음과 뜻을 게을리하고 자기 행동과 모양을 아무렇게나 버려두며 다만 일신이 편하게 지낼 것만 생각하고 예절이나 올바른일에 구속되는 것을 싫어한다』.가슴이 찌르르 아려온다.정곡을 찔러오는 지적이기 때문이다.『채찍질해서 버려야 할 버릇』을 그대로 지닌채 지금껏 살아온 것이 아닌가.
아내한테 핀잔들어 오듯이 『맥주값과 담배값 밖에 모르는 속편한 사람』으로 일관해 오는 삶이다.이젠 담배를 안피우니 맥주값밖에 모르는 인생이라 할까.제손으로 목댕기 하나 양말짝 하나 사본 기억이 없다.그 흔한 신용시대의 카드 한장 가지고 있지 않다.게으른위에 『예절이나 올바른 일에 구속되는 것을 싫어해온 것』도 사실이다.율곡선생의 지적은 어찌그리 정확한 것인고.
스스로「신문쟁이」라고는 일컬었지만 「진짜신문쟁이」들 앞에서는 부끄러워지는 자칭이다.그 「진짜」들 속에 끼여 「월급쟁이」로 안주해온 주제가 아니었던가 생각해 본다.그렇게 마음은 『일신이 편안하게 지낼 것』만으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자못 세속)에 젖지 않은 양으로 위장해 왔다고 할 것이다.『내 오두미를 위해 어찌 허리를 꺾고 시골아이(향리소예:주지사의 순찰관)를 대할까보냐』면서 벼슬자리를 박차버린 도연명의 기개에 주눅들어 왔던 것도 「비굴해 있는 월급쟁이」를 자인한 때문이었다고 함이 옳다.
노자는 미는 동시에 추이기도 하고 선은 동시에 악이기도 하다고 말한다.유무·난이·장단등 대립되는 개념은 상대적구별일뿐 서로 연관하며 한정하고 전화하면서 하나의 통일을 이룬다는 뜻에서이다.그말을 받아들여생각해 본다면 하나의 끝(종)은 또다른 시작(시)이기도 하다.그렇다.「제대」를 새로운「입대」로 삼지 말라는 법은 없잖겠는가.
고개를 들어 해지는 서녘하늘을 바라본다.뜨고지고 오고가는 것이 이승의 영위아니던가.꼭두서니 구름장이 아름답구나.<서울신문 논설위원>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 혁구습장은 잘못된 묵은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가르침이다.그 첫번째 항목의 지적은 이렇다.『그 마음과 뜻을 게을리하고 자기 행동과 모양을 아무렇게나 버려두며 다만 일신이 편하게 지낼 것만 생각하고 예절이나 올바른일에 구속되는 것을 싫어한다』.가슴이 찌르르 아려온다.정곡을 찔러오는 지적이기 때문이다.『채찍질해서 버려야 할 버릇』을 그대로 지닌채 지금껏 살아온 것이 아닌가.
아내한테 핀잔들어 오듯이 『맥주값과 담배값 밖에 모르는 속편한 사람』으로 일관해 오는 삶이다.이젠 담배를 안피우니 맥주값밖에 모르는 인생이라 할까.제손으로 목댕기 하나 양말짝 하나 사본 기억이 없다.그 흔한 신용시대의 카드 한장 가지고 있지 않다.게으른위에 『예절이나 올바른 일에 구속되는 것을 싫어해온 것』도 사실이다.율곡선생의 지적은 어찌그리 정확한 것인고.
스스로「신문쟁이」라고는 일컬었지만 「진짜신문쟁이」들 앞에서는 부끄러워지는 자칭이다.그 「진짜」들 속에 끼여 「월급쟁이」로 안주해온 주제가 아니었던가 생각해 본다.그렇게 마음은 『일신이 편안하게 지낼 것』만으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자못 세속)에 젖지 않은 양으로 위장해 왔다고 할 것이다.『내 오두미를 위해 어찌 허리를 꺾고 시골아이(향리소예:주지사의 순찰관)를 대할까보냐』면서 벼슬자리를 박차버린 도연명의 기개에 주눅들어 왔던 것도 「비굴해 있는 월급쟁이」를 자인한 때문이었다고 함이 옳다.
노자는 미는 동시에 추이기도 하고 선은 동시에 악이기도 하다고 말한다.유무·난이·장단등 대립되는 개념은 상대적구별일뿐 서로 연관하며 한정하고 전화하면서 하나의 통일을 이룬다는 뜻에서이다.그말을 받아들여생각해 본다면 하나의 끝(종)은 또다른 시작(시)이기도 하다.그렇다.「제대」를 새로운「입대」로 삼지 말라는 법은 없잖겠는가.
고개를 들어 해지는 서녘하늘을 바라본다.뜨고지고 오고가는 것이 이승의 영위아니던가.꼭두서니 구름장이 아름답구나.<서울신문 논설위원>
1993-10-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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