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충정공의 일기/권문용 한국고속철도공단 부이사장(굄돌)

민충정공의 일기/권문용 한국고속철도공단 부이사장(굄돌)

권문용 기자 기자
입력 1993-09-23 00:00
수정 199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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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에 충정공 민영환이 고종의 명에 따라 특명 전권대사로 유럽과 미국에 간적이 있다.

그가 처음으로 뉴욕에 발을 내디뎠을 때 받은 충격이란 실로 어마어마 했다.민영환은 다음과 같이 일기에 적고 있다.

『우리는 사람이 사람을 메고 다니지 않는가.그런데 여기선 땅 밑으로 철마가 다니니 이 일을 어이할꼬,어이할꼬!』 이 가련한 충신이 할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다만 「하루빨리 주상전하께 알려야지」하고 애를 태웠을 뿐이었다.이 일기는 한국 근대사의 비극을 불길하게 예고하고 있었다.

한 세기에 이르는 경제력과 기술의 격차는 결국 국토분단이라는 멍에로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짐지워져 있다.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우리의 경제력과 기술은 일본에 턱없이 못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 격차가 무려 20년에서 25년이 넘는다고 일본의 노무라연구소는 평가하고 있다.더욱이 앞으로 20 00년까지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지리라고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기술과 경제력을 다시 생각할 때다.비록 기술의 한 분야이긴 하지만 퍽 다행한 일이 어제부터 내 옆방에서 시작되었다.즉 TGV의 최고 기술진들이 대거 몰려와 우리 기술진과 기술이전 협상을 시작했다.

사실 고속철도는 항공기 다음 세대의 첨단기술의 집합체이다.항공기가 이륙할 때의 속도인 시속 3백㎞로 가다가 자동으로 무성영화처럼 소리없이 부드럽게 멈추도록 하는 자동제어기술이 들어온다.

또 레이저 빔을 쏘아 철도 앞길에 갑자기 나타나는 사람이나 지장물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차를 멈추게 하는 자동감지기술도 들어오게 한다.

자동차나 항공기를 설계할 때 직접 응용이 가능한 공기역학적인 설계모델도 동시에 들어와야 한다.이러한 수많은 첨단기술들을 우리 기술진이 총동원되어 이번에 우리 것으로 만들 참이다.

그러면 이 분야에서는 일본기술을 앞지를 지도 모르겠다.앞으로 우리 손으로,또 우리기술로 만든 고속철마가 목포·부산·강릉 나아가 평양·신의주로 다니고,유라시아대륙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민충정공이 보신다면 후손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편히 주무시게 될 것이다.
1993-09-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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