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아닌 청부를 요구한다(사설)

청빈아닌 청부를 요구한다(사설)

입력 1993-09-08 00:00
수정 199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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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고위공직자의 재산가운데 일부는 공직자의 도덕성과 윤리성,그리고 정당성을 의심케하고 있다.고위공직자의 부가 투명성을 인정받지 못할 때 공직사회에 단층현상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그 공직사회 전체가 국민들의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 공직자의 부가 정당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은 먼저 그 부의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투기의 근절에 앞장서야 할 고위공직자가 투기로 홍역을 치렀던 서울 강남지역과 경기도지역,제주도지역과 충남 해안지역에 임야·전답·상가·아파트 등 다양한 형태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특수사정을 감안한다 해도 투기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일부 공직자들은 취득한 부동산을 배우자와 자녀명의로 분산하여 소유하고 있다.뚜렷한 소득원이 없는 부녀자나 미성년자가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것은 증여된 것이 거의 분명하다.공직자가 그 자리의 정보를 이용하여 부동산을 취득하지 않았다해도 투기지역의 부동산을 한 곳도 아니고 여러 곳에 갖고 있다면 정당하게 부를 취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사회는 그동한 부동산 투기로 인해 많은 진통을 겪었고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으로 인해 사회계층간 위화감을 야기시킨 것은 누구보다 공직자들이 잘알고 있을 것이다.박봉에 시달리는 하위공직자도 아닌 고위공직자가 투기로써 부를 축적했다면 공직자로서 윤리의식을 저버린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공직자의 도덕성을 의심케하는 다른 하나는 일부 공직자의 주식소유이다.경제기획원 청와대 안기부 등 주식에 관한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정부기관의 고위공직자와 증시정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재무부 고위공직자가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법률적으로는 적합하다 해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다.비록 내부자거래에 속하지는 않지만 공직자의 양식을 의심케 한다.

국민들은 고위공직자에게 청빈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낡고 고루한 유교적 청빈은 원해서도 안된다.그러나 고위공직자는 청부정신으로 국가민족에 봉사하기를 바라고 있다.부동산 투기나 공직의 정보를 이용해서 축적한 부는 분명히 졸부일지언정 청부는 아니다.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합리적인 대가의 축적은 청부라 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는 그가 소유하고 있는 부가 사회 통념상 또는 윤리나 도덕적인 측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스스로 처리하고 정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또 탈법을 통해 증여되거나 상속된 재산과 은닉재산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이다.끝까지 자성하지 못하는 졸부 고위공직자는 기필코 가려내어 추방하는 것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길이다.
1993-09-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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