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식 탈피 탐구교육 전기로/「수능」 첫 실시 의미와 과제

암기식 탈피 탐구교육 전기로/「수능」 첫 실시 의미와 과제

김용원 기자 기자
입력 1993-08-21 00:00
수정 1993-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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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과서 개념 정립… 일단 합격점/문제점은 수용… 보완대책 마련해야

「교육정상화」의 기치를 내건채 지난 85년이래 8년이나 산고를 거듭해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드디어 그 얼굴을 드러냈다.

그동안 숱한 논란이 있어왔지만 어떻든 새 대학입시제도를 탄생시킨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새 제도가 어떻게 정착되느냐에 의해 우리나라 초·중·고 학교교육이 가닥을 잡아나가게 될 것이다.

또 이번 시험은 해방이후 10차례나 큰 변혁을 겪어온 대입제도가 그 시행착오의 역정을 일단락짓고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할 계기이기도 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당초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병폐인 입시위주교육에서 탈피,통합교과서적 출제를 통해 학생들이 종합적 사고력등 고등정신능력을 계발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즉 주입식 암기위주교육의 폐단과 과외열병을 해소시켜 학교교육정상화의 길을 찾자는 것이었다.

이에따라 교육·행정및 사회적으로 많은 연구검토가 이뤄지고 여러차례의 검증과정도 있었으나 일각에서는 「교육개혁」에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았었다.

입시위주의 관행에 깊이 물들어 있던 학교현장에서는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으며 학원·출판업자·과외강사·고액과외가 가능한 학부모·일선학교의 입시전문교사등 이른바 교육계 기득권층으로부터도 반발이 있었다.

게다가 시험의 난이도·변별력·횟수·계열분리등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그러나 새 제도의 도입을 추진한 사람들은 『교육제도의 진화과정에서는 일시적인 금단현상도 있게 마련』이라며 『입시위주교육의 퇴치는 교육개혁의 첫번째 과제』라는 신념을 고수했다.

새 제도에 의한 첫 시험은 일단 합격점을 얻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학교교육에서 기존 개별교과서간의 장벽을 허물고 「통합교과서」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시킨 것으로 보인다.

심재기출제위원장이 밝힌대로 단세포적 암기학습은 더이상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

즉 졸업하자마자 금세 잊어버릴 학습은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시험의 출제에서는 입시교육보다는 산교육,주입식 학습보다는 자발적학습,암기력보다는 사고력등을 지향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학교교육과정에서 교과서 학습이외에 독서·토론·여행·실험 심지어 오락분야까지 필수적임이 밝혀졌다.

나아가 일선현장에서 담당과목이라는 울타리를 굳게 쌓고 있던 교사들에게도 다른 과목의 공부를 더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웠다.

반면에 첫 시행의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앞으로 시험전체에 대해 상당한 비판이 제기될 것은 자명하다.

이의 겸허한 수용과 보완이 필수적이다.

교육정상화의 이정표를 세우는데에는 수험생·학부모·교사등 교육계는 물론 사회전반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김용원기자>
1993-08-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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