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개입 의존”…노사관리 허점/현대분규 연례행사…구조적 문제점

“공권력개입 의존”…노사관리 허점/현대분규 연례행사…구조적 문제점

이정규 기자 기자
입력 1993-07-23 00:00
수정 1993-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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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투자 미흡… 산재 연 2백건/노조간부 사찰·매수 잇단 구설

현대자동차 노사의 협상안잠정타결과 이에대한 조합원투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도 울산지역 현대계열사의 노사분규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악성분규사태가 40여일이 넘도록 장기화되고 있는 이면에는 당사자의 일방인 현대그룹의 노무관리구조에 원천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87년이후 거의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현대의 노사분규는 자율적인 수습보다는 그때마다 공권력이 개입하고 나서야 해결되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말하자면 회사측은 분규가 발생할때마다 뒷짐만진채 정부가 사태를 수습해 줄때까지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것이다.

이같은 구태는 이번의 자동차분규등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분규발생후 회사측은 단체협상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가 파업 35일만에야 최종안을 제시하는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정주영명예회장이 결정적인 순간에 외유에 나섰던 부분도그룹총수의 노무관리인식이 어떤 것인가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현대의 노사분규는 대부분 악성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강성」으로 불리는 노조못지않게 회사측이 스스로 사태악화를 부채질해 온 사례가 현대노사쟁의사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곤 한다.

지난 89년 1월8일 발생한 석남산장 테러사건은 현대그룹의 잘못된 노무관리 형태를 극명하게 나타낸 경우다.각목등으로 무장한 40여명이 현대중전기 노조대의원들의 단합대회장과 「현대해고근로자복직실천협의회」사무실을 차례로 습격,무차별 폭행을 가해 20여명이 부상했다.구사대를 자처한 괴한들은 회사측의 사주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배후인물인 한유동전무와 이윤섭씨(일명 제임스리)가 구속되고 범행에 가담했던 노조대의원등 10여명의 사법처리로 일단락됐다.그러나 지난 92년 3월23일 당시 범행에 가담했던 지영복씨(39)와 김진환씨(36)는 『당시의 테러는 정세영·정몽준회장의 지시로 이루어졌다』고 폭로하고 한전무와 이씨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대가노조간부등 요주의근로자들의 명단을 작성,따로 관리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6월 현대자동차가 핵심조합원 1천1백81명의 뒷조사를 해온 사실이 밝혀져 소문을 뒷받침했다.「주요 관리현황」이라는 제목의 블랙리스트에는 개인별 성향분석,신상명세서,노조활동상황은 몰론 일일동정과 주요 대화내용등 개인사생활까지 상세하게 뒷조사를 해왔음이 밝혀져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회사측은 간부들을 동원,1인1담당제로 노무사찰을 해왔으며 근로자들 뿐만아니라 카톨릭농민회등 울산지역 각 사회단체에 대한 사찰도 동시에 실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근로자들의 동태를 감시하기는 현대중공업등 다른 계열사들도 마찬가지다.

이에대해 울산노동사무소 관계자도 심증은 충분한데 물증을 잡을 수 없을뿐 이라고 밝혀 이를 간접확인했다.

근로자들에 대한 현대의 인간적인 대우가 다른 재벌기업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음은 매년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하는 산재사고 건수에서도 알 수 있다.지난해의 경우 모두 2백14건의 산재사고가 발생,5명이 숨졌으며 올해도 지난 5월말현재 1백3건이나 발생하여 5명이 사망했다.

이와 아울러 현대자동차의 경영권과 관련한 그룹내부문제를 노사분규에 연결시켜 해결하려는 그룹총수의 숨은 기도가 분규의 조기수습을 저해하고 있는 요인중의 하나라는 지적이나 「왕회장」으로 불리는 사주의 전근대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노사관이 고질적인 분규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분석도 유의해 볼만한 대목이다.

현대는 골치아픈 노사문제가 발생하면 성실한 자세로 대화에 임하기 보다는 금품이나 폭력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소문이 항상 꼬리를 문다.이번 분규의 불씨가 된 정공의 직권조인이나 지난해 중공업직권조인등에 대해서도 매수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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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의 이같은 노사관과 노무관리자세가 바뀌지 않는한 「악성」으로 규정되고 있는 현대 노사분규는 그칠 날이 없을 것이다.<울산=이정규기자>
1993-07-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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