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커녕 통풍도 제대로 안되는 지하서고.형광등만 꺼지면 영락없이 칠흑의 토굴같다.
마스크를 쓰고 미로를 찾듯 서가를 헤집으며 자료를 챙기는 김갑희여사(60).1955년 국립도서관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40년 가까이 책을 지키는 외길인생을 살아 온 그녀의 회상은 가슴뭉클하게 하는 대목이 많다.
소공동시절,지하서고에서 열람실 5층까지 책을 한아름 안고 층계를 걸어 오르내릴 때는 힘에 겨워 계단에 넘어질 때도 있었으며,안고있던 책이 와르르 쏟아질 때는 왜 이 길을 택해야 했나하는 원망도 했었다.
또 여름 장마철이면 지하서고에 물이 들어 물 퍼내기에 온힘을 쏟고나면 일할 기력조차 회복하기 힘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서고 환경이 아직도 열악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장서가 많이 늘어 이용자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그런대로 챙겨 찾아줄 수도 있고,사서들도 힘들게 직접 오르락내리락 하지 않아도 좋은 리프트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다행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또 책을 지키다 지금은 은퇴하신 선배사서 할아버지를 가끔 떠올리곤 한다.자기보다 먼저 도서관에 들어와 40여년을 책과 씨름하다 10여년전 은퇴하신 국립도서관의 산 증인 이의영할아버지.해방되던 해 일인관장으로부터 서고 열쇠를 인수받던 일,「문헌수집대」를 조직하여 서울 거리에서 각종 인쇄물을 수거하던 일,그리고 6·25당시 인민군이 탈취해 가려던 귀중본 1만여권을 미아리 근처에서 다시 찾던 일들을 들려주던 이할아버지의 추억을 김씨는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그 뿐만이 아니다.6·25당시 북한군이 인천에 처들어 왔을 때 피란도 가지 않은채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지키다 인민군에 의해 총살당한 사서도 있다.
이같이 목숨과 바꿔가며 책을 지켜온 사서들의 얘기는 서가에 꽂혀 있는 한권한권 책들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한다.
비록 낮은 봉급에 알아주는 이 없는 도서관 근무이지만 신앙의 정신으로 봉사할 때 책은 지켜지고 많은 이가 생활의 질을 높여갈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미로를 찾듯 서가를 헤집으며 자료를 챙기는 김갑희여사(60).1955년 국립도서관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40년 가까이 책을 지키는 외길인생을 살아 온 그녀의 회상은 가슴뭉클하게 하는 대목이 많다.
소공동시절,지하서고에서 열람실 5층까지 책을 한아름 안고 층계를 걸어 오르내릴 때는 힘에 겨워 계단에 넘어질 때도 있었으며,안고있던 책이 와르르 쏟아질 때는 왜 이 길을 택해야 했나하는 원망도 했었다.
또 여름 장마철이면 지하서고에 물이 들어 물 퍼내기에 온힘을 쏟고나면 일할 기력조차 회복하기 힘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서고 환경이 아직도 열악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장서가 많이 늘어 이용자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그런대로 챙겨 찾아줄 수도 있고,사서들도 힘들게 직접 오르락내리락 하지 않아도 좋은 리프트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다행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또 책을 지키다 지금은 은퇴하신 선배사서 할아버지를 가끔 떠올리곤 한다.자기보다 먼저 도서관에 들어와 40여년을 책과 씨름하다 10여년전 은퇴하신 국립도서관의 산 증인 이의영할아버지.해방되던 해 일인관장으로부터 서고 열쇠를 인수받던 일,「문헌수집대」를 조직하여 서울 거리에서 각종 인쇄물을 수거하던 일,그리고 6·25당시 인민군이 탈취해 가려던 귀중본 1만여권을 미아리 근처에서 다시 찾던 일들을 들려주던 이할아버지의 추억을 김씨는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그 뿐만이 아니다.6·25당시 북한군이 인천에 처들어 왔을 때 피란도 가지 않은채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지키다 인민군에 의해 총살당한 사서도 있다.
이같이 목숨과 바꿔가며 책을 지켜온 사서들의 얘기는 서가에 꽂혀 있는 한권한권 책들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한다.
비록 낮은 봉급에 알아주는 이 없는 도서관 근무이지만 신앙의 정신으로 봉사할 때 책은 지켜지고 많은 이가 생활의 질을 높여갈 것이다.
1993-06-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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