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등돌리는 염량세태라(박갑천칼럼)

쉽게 등돌리는 염량세태라(박갑천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3-06-12 00:00
수정 199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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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량세태라 했던가.어느자리에서 그게 화제에 오른다.사정의 회오리속에 권세높던 사람들이 우수수 지는 것 못지않게 세상의 얄팍한 마음자리들이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는 개탄이었다.어떤 특정인이 비록 뭇사람의 지탄을 받는다 하더라도 거기 함께 끼지않는 사람은 있어야 한다.그 특정인과 교분이 남달랐거나 은혜를 입었거나 한사람의 경우가 그것이다.옳고 그르고에 앞서 인정이라는게 있어서 아름다운 이승살이가 아니던가.

한데,시속은 역시 그렇지가 못하다.특정인이 권좌에 있을 때 뒤뿔치던 처지임을 남들이 다 아는데도 등돌려 그를 타매하는데 남보다 한술 더뜨는 경우가 적지않다.혹시라도 언걸먹을까 저어하여 방패치는 호신술이랄 수도 있다.옛날에도 그랬듯이 오늘에도 그런다.앞으로라해서 지워진다 할수없는 세상살이의 측면 아닐는지.

이같은 인정의 기미속에서 모재 김안국(모재)의 행적하나를 떠올려보게 된다.옥사를 자주 일으켜 역사에 오명을 남기는 퇴재 김안로(퇴재)와 그가 친하게 지낸일은 모재의 아우 김정국이 쓴「사재척언」에도 나타난다.모재는 김안로가 하는 짓이 못마땅하여 매양 책망한다.김안로도 모재의 충언에는 화를 내는 법이 없었다.김안로가 정권을 잡자 맨먼저 모재·사재형제를 조정으로 불러들인다.김안로가 어느날 모재의 집에 와서 자는데 충고하는 모재의 말이 너무 과격한지라 옆에 누웠던 아우가 발로차 경계했을 정도다.권세뺏긴 김안로가 사사되었을 때 모재는 아우에게 말한다.『안로가 간사하다는걸 난들 왜 모르겠나마는 우리형제가 이미 그와 깊이 사귀었으니 그의 단점을 말하진 말자』.그러고서 김안로의 가족 돌보는 걸 잊지않았다.허균의 시문집 「성소부부고」(23권설부)등에 적혀 내려오는 일화이다.살았을 때 충고했고 죽은 다음에까지 베푼 한결 같은 마음씀에서 김안국의 인품은 빛난다고 하겠다.

사람마다 장단점은 있다.악명높은 김안로였지만 취할점이 있었기에 모재형제와 교분을 나누었다 할 것이다.그래서「논어」(논어:위령공편)에는「중악필찰 중호필찰」이라는 가르침이 있다.여러사람이 나쁘다면서 미워하거나 좋다면서 칭찬하거나간에 잘 살피라는뜻이다.세평(세평)이라는 것이 반드시 옳지만은 않다는 함축에 묘미가 어린다.

남들이 미워한다 하여 나까지 덩달아 미워해버릴수 없는 사람은 있어야 한다.김안국이 김안로를 몰라서 등 안돌린건 아니었다.어쩌면 등돌리면서 자기에게 느낄 실망이 더 두려웠던 것이라 할수도있다.<서울신문 논설위원>

1993-06-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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