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공영제 강화… 수요줄여야/과용 정치자금… 정계의 반성과 처방

선거 공영제 강화… 수요줄여야/과용 정치자금… 정계의 반성과 처방

구본영 기자 기자
입력 1993-03-06 00:00
수정 1993-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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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유권자 의식 혁명적 전환을/애경사 참석 못하게 윤리규정 제정

대다수 여야의원들은 각종 선거제도를 비롯한 선거제도의 개혁과 국민의식의 전환이 병행해 이뤄질 경우 깨끗한 정치풍토 조성은 궁극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권해옥 민자당 정책위 운영실장은 최근 자신의 지구당사무실 전화를 5대에서 2대로 줄였다.그는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선거공영제를 강화하고 선거구제도를 고치는 등 정치자금의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전제,『그러나 제도개선 이전에 의원 스스로 우선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엄청난 조직관리비용이 드는 지구당을 창설하지 말고 중앙당과 시지부를 중심으로 선거관리를 해야 한다.중앙당도 사무처 요원을 확대하지 말고 무료봉사 활동에 의지해야 한다(민주당 조홍규의원).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김영삼대통령이 밝힌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 금지와 이를 통한 정치권의 반부패선언에 원칙적인 공감을 표시한다.의원 누구나 엄청난 정치자금이 수요되는 현행 정치풍토에 대해 나름대로 개선책이 절심함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환의원(민자)은 『돈 안드는 정치를 위해 선거제도를 바꿔 지역구개념을 없애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우선 지역구민들에 대한 연하장·인사장 발송을 삼가하겠다』고 말했다.지역구 유권자를 5만세대로 잡을 경우 연하장 한번 내는데 인건비를 제외한 순수 우편비용만 1천만원 이상 소요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경비절감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형우사무총장은 한발 더 나아가 『소속의원들보다 나부터 먼저 재산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재산공개를 통해 투명한 정치가 이뤄질 경우 의원직을 이용한 이권개입등 「검은 돈」에 대한 유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취지임은 물론이다.

무소속의 김진영의원은 『김대통령의 정치자금 거부의사 천명등 정치개혁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면서 『의원들도 후원회를 통한 「깨끗한 돈」만 쓰기 위해서는 지역구민에 대한 경조사 참석,주례 등을 못하도록 윤리규정을 마련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정치자금 수요를 줄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깨끗한 선거및 정치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의원 개개인의 자기 혁신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선거구제등 제도의 개혁과 유권자들의 「발상의 전환」이다.

김종호 민자당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정치비용이 적게 드는 정치를 일구기 위해서는 정당법,선거관계법 등 모든 정치제도 개혁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빠른 시일내에 이같은 제도개선 방안을 야당측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부영민자당사무부총장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조직을 갖고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을 지양하려면 현행 선거구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대선거구제도의 변경 필요성을 강조했다.다른 한 중진의원도 『「돈 안드는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선거구제보다는 한 선거구에서 5∼6인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채택,지역구에 돈을 쓸 수 없도록 해야한다』며 비슷한 입장을 개진했다.

이 중진의원은 이같은 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이 이뤄질 경우 유급당원인 지구당 사무국장·조직부장및 활동비를 지급받는 청년·여성부장제를 선거가 없는 평상시에는 없애겠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제도의 변경이라든가 선거법·제도개혁은 지역구 사정등 이해관계가 다른 의원들과 여야간 이견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깨끗한 정치풍토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유권자들의 의식개혁도 긴요하다는 지적이다.즉 상여금과 세비를 합쳐 월3백50만원 정도를 받는 선량들이 월 1천5백만원정도의 엄청난 정치비용을 쓰는 현상을 타파하려면 유권자들도 지역구 의원들에게 지나친 「기대」를 자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자당의 한 의원은 이와관련,『지역구 길흉사에 지역구의원이 반드시 참석해야만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의식이 사라져야 한다』면서 『나 자신은 앞으로 지역구 행사에 화환보내기나 축의금 전달을 가능한한 자제하겠다』고 말했다.<구본영기자>

◎김 대통령의 정치자금 근절선언 재계반응/“정경유착 질곡 탈피” 큰 기대/꼭 필요한 부분은 공개적 모금을

청와대가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걷지 않겠다고 선언한데 대해 경제계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정치권으로부터는 더 이상 정치자금 요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국민들로부터는 정경유착의 혐의를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함께 갖고 있다.

정치자금 조성의 공식창구 역할을 해온 전경련은 5일 김영삼대통령이 공식으로 재임기간중 정치자금을 일체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청와대를 비롯,정치권의 자정노력으로 높이 평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경련의 최종현회장은 이에 대해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체제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비용이 필요하다.그리고 필요한 정치자금은 기업이 부담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체제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이며,자금을 조달하는 절차가 합법적인지의 여부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체제유지비용은 그 체제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받고있는 기업들이 부담하되 경제와 기업에 부담을 줄 정도로 과다해서는 안되며 정치자금을 암거래식 지하경제로부터 양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의 전대주상무는 「깨끗한 정치」와 「돈안드는 선거제」의 정착을 우리 정치권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김대통령의 발언을 크게 환영했다.전경련의 다른 관계자들도 김대통령의 선언이 여·야등 정치권과 정부 내의 모든 공직자들에게까지 확산돼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지금까지 깨끗하고 바른 정치를 가로 막아온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음성 정치자금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선거철은 물론 평상시에도 그 규모를 추산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정치자금이 음성적인 방법으로 기업으로부터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감으로써 정경유착의 비난을 받아왔다.막대한 정치자금에 의해 유지되는 정치구조는 결국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게돼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돼왔다는 것이 전경련의 시각이다.과거 재계의 정치자금 조성 창구 역할을 했던 기관의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현대·삼성·대우·럭키금성 등 주요그룹들도 김대통령의 정치자금 관련 발언이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대우그룹의 서재경이사는 『정치가 깨끗해져야 정치에 대한 국민불신도 해소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도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김대통령의 정치자금 관련 발언이 말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정치자금 축소노력과 함께 정치자금법 개정 등 관련 제도의 손질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그룹들은 지금까지 정치자금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다고 할 수 있다.선거철만 되면 각 정당이나 정치인들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정치자금 기부 요구에 시달려야 했다.과거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는 이같은 정치자금 기부의 대가를 기대할 수도 있었으나 민주화 이후에는 여론의 감시 때문에 이러한 대가도 기대할 수 없고 기대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김대통령의 음성 정치자금 일소 선언을 계기로 깨끗한 정치가 정착되고 기업도 자유경쟁의 풍토가 확립됐으면 하는 것이 경제계인사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염주영기자>
1993-03-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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