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의회의 백기요구에 승부수/“국민투표 강행” TV연설 배경

옐친,의회의 백기요구에 승부수/“국민투표 강행” TV연설 배경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3-02-20 00:00
수정 199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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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중심 개혁지속 의지 과시/새 헌법안서 양보 얻어내기 전략

러시아정부와 의회가 지난 16일 권력분점을 위한 새 헌법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일단 위기를 넘기는듯 했던 러시아 정국이 옐친대통령의 국민투표 강행선언으로 또다시 혼미해지고 있다.

옐친대통령이 18일 TV를 통한 대국민연설에서 예정대로 국민투표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체제를 안정시키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행정부 위주로 개혁정책을 계속 펴나갈 수 밖에 없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말해 지속되고 있는 옐친과 의회와의 권력투쟁에서 통치권의 일부를 의회에 양보해줄 수는 있어도 통치권의 장악을 시도하는 의회와는 더이상 인내로 타협할 수만은 없다는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족할만한 타협이 이뤼지지않는한 당초 계획대로 러시아를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로 만드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신헌법 초안을 민의에 물어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물론 옐친대통령이 이틀만에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을 전략적인 차원에서 보는 시각도 없지않다.

옐친은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의장과 합의한대로 4월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는 대신 의회와 공동으로 새 헌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회로부터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계산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옐친대통령이 의회의 외교,국방정책 관여권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5개항의 정국타협안을 의회에 제시했으나 보수파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는 대목에서 추론해 볼 수 있다.

옐친이 지난 16일 국민투표실시를 보류하기로 결정했었던 것은 2개월전 예고르 가이다르부총리를 퇴진시킨 데 이어 또다시 의회에 패배한 셈이 되어 어떻게 해서든지 대세의 만회를 위한 방안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게 옐친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옐친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일단 투표를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던 러시아 정국은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지않는한 당분간 표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 최고회의(상설의회)는 개헌만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데다 옐친이 낸 권력분점안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 의회는 옐친이 의회에 내놓은 타협안에 대해 『제안이 모호하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국민투표 실시를 저지토록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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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누군가가 양보하지않는한 통치권장악을 둘러싼 러시아의 개혁파와 보수파간의 대결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열돼 충돌하는 사태까지 빚어질 가능성도 많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3-02-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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