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성대씨(봉사하는 삶:5)

장애인 이성대씨(봉사하는 삶:5)

백종국 기자 기자
입력 1993-02-17 00:00
수정 1993-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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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기형아 등에 사랑 선물/외로운 아이들찾아 삶의의욕 붇돋고/대전교도소의 무기수도 7년째 돌봐/“장애인이 먼저 도우면 정상인도 본받지 않겠는가…”

91년에 당한 교통사고 이후로 두 다리를 완전히 잃어가고 있는 이성대씨(35·서울 구로구 독산2동)는 이를 비관해 집안에 주저앉아 있지만은 않다.이씨는 척추와 양쪽다리를 다친 2급 장애인으로 남의 동정과 도움을 받아야할 처지이지만 오히려 자기보다 어려운 이웃을 찾아돌보는데 열심이다.

생과자·빵 등의 선물꾸러미를 들고 목발에 의지해 그가 어렵게 찾아가는 곳은 여러가지 이유로 부모와 헤어진 아이들이 모여있는 서울특별시아동상담소나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기형아들이 있는 서울시립아동병원 등이다.

『지금은 비록 부모와 떨어져 있지만 언젠가는 부모를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게 될게다』

자칫 삶의 의욕을 잃기 쉬운 아이들에게 그가 해주는 희망의 말이다.언젠가 부모를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은 고아로 어렵게 자라온 이씨 자신이 간직해온 꿈이기도 하다.이들에게서 자신의 어릴적 모습을 보는 그는 자신은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자신의 투영인 이들이라도 꿈을 성취하길 바라고 있다.어릴때 헤어진 여동생을 찾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언제부턴가 부모잃은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교감이 싹텄다.

이같이 이씨는 22세때인 지난 80년부터 적어도 한달에 한번쯤 부모잃은 어린이들 방문하기를 계속해왔다.특정한 곳을 정하지 않고 눈에 띄는 고아원이면 퇴근후 조촐한 선물을 싸들고 들르기도 수십차례다.

이씨는 또 대전교도소에 무기수로 복역중인 김문보씨(64)와 지준만씨(33)를 87년부터 돌봐오고 있다.가족이 해외로 모두 이주하거나 가세가 기울어 이씨외엔 이제 아무도 이들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이밖에 이씨는 궁핍한 친구를 위해 부부가 쓰는 안방을 내주고 있다.그가 월세든 방에서는 이씨부부와 친구 셋이서 잠잔다.

몇곳에 설치한 자판기 임대로 근근이 살아가는 장애인인 이씨가 자신의 고충속에서도 이처럼 남을 돕는 생활방식을 굳히게 된데에는 실로 많은 시련이 필요했다.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혼혈아로 태어난 이씨는 두살 아래 여동생과 함께 62년경부터 대구 인제기독병원 부설 고아원에서 고아로 자랐다.66년 여동생과도 헤어져 혈혈단신이 된 그는 고아원을 나와 롤러스케이트 판매로 1천만원을 모았으나 82년에 몽땅 사기당하고 빈털털이가 됐다.이씨는 좌절감속에서도 고아들을 도우며 재기하기 시작했으나 85년 고아출신이라는 이유로 억울한 절도혐의를 뒤집어쓰고 30개월을 대전교도소에서 복역하기도 했다.

모범수로 87년 형기를 마친 이씨는 용접공으로 일하다 90년 현재의 부인인 박정심씨(21)를 만나 가정을 이뤘다.그러나 행복도 잠시뿐으로 91년 구정때 교통사고로 그는 척추,부인은 다리를 다쳐 부부가 동시에 장애인이 되고 아이는 유산됐다.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이씨는 무리한 용접작업중에 강관에 깔려 오른쪽다리의 신경을 잃고 치료중 의료사고로 왼쪽다리의 기능마저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정상인에게 당해만 온 얄궂은 인생이라 한때는 사회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그러나 지금은제 스스로 노력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는걸 깨닫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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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번창하면 더 많은 무기수를 돕고 장애인을 위해서도 일하고 싶다』는 그는 『장애인이 먼저 도우면 정상인들도 이를 본받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여동생을 애타게 찾던 그는 미국에 입양된 여동생 이미정씨로부터 최근 서신연락을 받고 27년만에 여동생 상봉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백종국기자>
1993-02-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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