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련/“술탄특권 줄이자” 개헌 추진(세계의 사회면)

말련/“술탄특권 줄이자” 개헌 추진(세계의 사회면)

오승호 기자 기자
입력 1993-02-08 00:00
수정 1993-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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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선출권 악용한 횡포 늘자 제동 나서/8개주 수장의 가족까지 범죄 만연/여론 크게 악화… 개헌안통과 가능성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정부와 의회가 왕족인 술탄에게 주어지고 있는 각종 특권을 줄이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의회가 이처럼 술탄들에 관련된 헌법조항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이들의 못된 버릇을 뜯어고쳐야 된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국왕 이외에 모두 8명의 술탄이 있다.술탄이란 각 주의 상징적인 수장으로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들이 5년마다 국왕을 뽑는다.

말레이시아의 현행 헌법은 이들은 물론 가족이 저지른 각종 범죄에 대해 면책과 사면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이 이같은 헌법조항을 악용’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뻔뻔스럽게 범죄까지 저지르기 일쑤이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정부당국과 의회가 헌법을 개정키로 한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이들의 「범죄」내용과 사치스런 생활상등이 매스컴에 자주오르내리면서 국민여론 또한 크게 악화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이처럼 술탄에 대해 「매스」를 가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지난해 7월에 있었던 하키경기 결승전.

조흐르주 술탄인 마무드 이스칸다르(60)의 둘째 아들이 경기도중 상대팀 골키퍼를 손과 발길로 걷어찼다가 출전정지를 당하자 화가 난 마무드가 아들이 속한 팀코치를 폭행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그렇잖아도 술탄들의 면책특권을 없애려고 별러오던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와 각료들은 헌법개정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집권당인 국민전선(NF)이 전체의석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의회도 지난달 회의를 열고 헌법을 개정키로 결정했다.

최근 말레이시아 법원은 폭행당한 골키퍼에게 3백85달러를 보상해 주겠다는 조흐르주 술탄의 아들 마지드(22)의 제의를 받아들여 사건을 매듭지었다.

법을 원칙대로 적용하면 그는 최고 7백70달러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돼 있으나 술탄의 아들이라는 특권을 누려 이 정도에서 끝난 것이다.

말레이시아 술탄들이 저지르고 있는「횡포」는 한두가지가 아니다.지난달 초엔 켈란탄주 술탄인 이스마일 페트라가 84만달러짜리 이탈리아 고급 스포츠 카를 수입하고도 아직까지 관세를 물지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의 한 국회의원은 최근 『조흐르주 술탄인 마무드가 지난 72년부터 23건이나 되는 강간’폭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하기도 했다.마무드는 77년에도 살인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당시 국왕이던 아버지때문에 단 하루도 교도소 생활을 하지않고 풀려났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기회에 술탄들에 대한 사면·면책특권말고도 국왕이나 술탄을 비방했을때 국민들에게 「선동죄」를 적용’중벌을 내리도록 하고있는 현행 헌법조항도 손질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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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개정 움직임에 대해 술탄들은 최근 회의를 열고 『입헌군주제가 깨질 우려가 있다』며 만장일치로 헌법개정에 반대하기로 했다.또 술탄지지자들과 일부 국회의원들도 『사전에 왕족회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헌법조항을 들며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말레이시아 정부와 의회의 헌법 개정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정부 의지가 확고한데다 국민여론이 비등하고 의회도 집권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점등으로 미루어 헌법개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많은 편이다.<오승호기자>
1993-02-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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