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작품활동 재개 소설가 송기원씨(인터뷰)

10년만에 작품활동 재개 소설가 송기원씨(인터뷰)

입력 1993-01-28 00:00
수정 199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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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게으름에 빠져있을 수 없어 시작”/창비 봄호에 자전적 단편 「아름다운 얼굴」 발표

작가 송기원씨(46)가 10년만에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지난 84년 단편소설 「처자식」이후 거의 절필상태에서 지내던 그가 자전적 요소가 많은 단편소설 「아름다운 얼굴」을 시작으로 소설가로 되돌아온 것이다.

『주위에서는 왜 소설을 안 쓰는지 모두들 궁금해합디다.그야 두말할 것도 없이 게으른 탓이었지요.그러나 이보다는 글을 못쓰는데 대해 더 이상 스스로 변명할 거리가 없더군요.인생의 오십고개를 눈앞에 둔 지난 설날 직전 출판사등 그동안 관여해왔던 일들을 훌훌 털어버렸습니다.집안에 들어앉아 글쓰기만할 작정을 대고 있습니다』

그가 소설가로 돌아와 실로 오랜만에 내놓은 단편소설 「아름다운 얼굴」은 계간지「창작과 비평」 93년도 봄호에 게재된다.어린시절부터 90년 출판사를 그만두기까지 그의 일생에 큰 영향을 끼친 「의식의 상처」가 만들어진 과정을 담았다.때로는 고백체로,때로는 수필을 써나가듯이,또 어떤때는 전통적인 소설기법으로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자기 일에 치여 놓치거나 잊고 지냈던 「아름다운 사람」이야기를 써나갈 생각입니다.다른 사람들 얘기를 쓰려했습니다만 먼저 내 얘기부터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번 작품은 앞으로 쓸 소설들의 「프롤로그」내지는 「총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이번 작품 서두를 보면 소설가로 돌아온 작가의 독백이 아련히 들려온다.『좀 엉뚱하지만 10년간의 공백을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로 잇게된 것도,가까스로 다시 소설을 쓸 작정을 하게된 것도 바로 이 아름다움 때문이다.아름다움과 자기혐오는 동격이다.사람들이 더 이상 자기혐오를 견뎌내지 못하고 끝모를 나락으로 자신을 던져버릴때,자신을 온전히 포기해버릴때,거기에서 발견되는 것은 자기애,바로 자기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곧 아름다움』이라는 소리가….

그는 올해안으로 사춘기시절 고향의 장터에서 어울렸던 부랑아들을 소재로 「교양소설」같은 장편소설을 완성할 계획이다.이밖에도 의식의변화가 심했던 문학청년시절을 또 한권의 장편으로 엮어낼 생각도 가지고 있다.한마디로 올해는 자신을 정리하는 글들을 쓴다는 것이다.

『앞으로 3년동안 철저히 글에만 매달릴겁니다.매체에 구애되지 않고 글을 발표할거구요.양식이나 주제 모두 어느 한곳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쓸 겁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끝나면 몇년째 구상해온 장편소설 「사람」도 이젠 머리속에서 끌어낼 요량도 대고 있다.그리고나선 역사소설도 쓰겠다는 작품청사진을 제시한 그는 특히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황진이의 이야기를 소설로 담아내고 싶다는 의욕을 펼쳐보였다.

『나는 너무 깊이 숲에 든 나머지 민중운동이라는 큰 산은 보지 못한것 같습니다.그래서 당파성이나 분파주의 혹은 조직논리에 따른 비인간화 따위의 악목들만 본 셈인지도 모릅니다』그동안의 자신을 회고한 그는 민중문학권작가들이 운동권내부의 갈등에 눈돌리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왜냐하면 시야를 넓혀 잃어버린 독자들을 되찾자면 이 길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74년 중앙일간지 신춘문예에 시와 소설로 동시에 등단한 그는 그동안 시집 「그대 언 살이 터져 시가 빛날때」(83)「마음속 붉은 꽃잎」(90)과 소설창작집「월행」(79)「다시 월문리에서」(84)를 발표한 바 있다.<김균미기자>
1993-01-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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