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리비아서의 성탄파티/박상열 사회1부기자(현장)

깨어진 리비아서의 성탄파티/박상열 사회1부기자(현장)

박상렬 기자 기자
입력 1992-12-24 00:00
수정 1992-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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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아빠와 함께 보내게 됐다며 조카들과 언니가 그렇게도 기뻐했었는데…』

지난 22일 리비아에서 비행기사고로 숨진 서울신탁은행 리비아 주재원 임인헌씨(43)의 집(서울 성북구 정릉4동 260의881)에는 비보가 전해진 23일 상오 임씨의 처제 설경희씨(32)등 친척 3명이 주인없는 집을 쓸쓸히 지키고 있었다.

임씨는 91년 3월 서울신탁은행의 해외건설 거래처인 동아건설과의 자금거래관리를 위해 리비아 벵가지 주재원으로 파견돼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왔었다.

평소에도 자상하고 가정적이던 임씨는 가족들과 헤어져 있으면서도 1주일에 2번씩은 꼭 안부전화를 걸어 아이들의 문제와 집안문제를 상의할 정도로 마음은 항상 가족곁에 있었다.

이번에 임씨는 방학을 맞은 선향(15·여·북악중3년),남렬(13·고려중1년),찬우(11·숭덕국교5년)등 3자녀와 부인 설정희씨(38)그리고 노모 김종순씨(64)등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기 위해 리비아로 초청해놓고 23일 새벽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만나기 위해 벵가지에서 트리폴리로 가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가족들이 사고소식을 알기나 하는지….혹시 언니가 충격으로 쓰러진 것은 아닌지…』

처제 설씨는 사고가난지 20시간이 다 돼가는데도 리비아로 떠난 언니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해 발을 동동굴렀다.

『3대독자인데다가 2살때 6·25사변으로 경찰이던 아버지가 전사하고 청상과부로 혼자서 자기만을 뒷바라지해온 노모를 모시지 못하는 것을 마음아파하다 이번만은 연말을 함께 지내겠다더니…』

임씨의 고모 임봉례씨(65)는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임씨의 집 안방에 걸려있는 지난 89년 3월 당시 강영훈총리에게서 「노사협조증진을 통해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받은 표창장이 86년부터 88년까지 서울신탁은행 노조부위원장을 지내는 등 6년여동안 노조활동을 해오며 노사협조의 큰 역할을 한 임씨의 지난 75년 입사이래 18년동안의 성실한 근무와 동료들의 신망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1992-12-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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