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가 아비답지 못하면(박갑천칼럼)

아비가 아비답지 못하면(박갑천칼럼)

입력 1992-11-18 00:00
수정 1992-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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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늙으면 버리던 시절을 상정한 우화가 있다.한 사내가 그 노모를 지게에 지고 산속으로 버리러 간다.어린 아들이 그 뒤를 따른다.노모는 지게에서 손이 닿는대로 솔가지를 꺾어 길에 뿌린다.아들이 돌아갈때 행여 길을 잃을까 염려돼서.깊은 산속까지 왔다.사내는 노모도 지게도 버리고 돌아서려 했다.이때 따라왔던 어린 아들이 입을 연다.

『아버지 그 지게까지 왜 버려요.나중에 제가 그 지게로 아버지 지고 와야잖아요』

세상의 자식들은 그 어버이의 언행을 보고 먹고 자란다.국어사전에는 올라있지 않지만 남도쪽에서 쓰는 「보배위」란 말이 그것이다.보고서 몸으로 터득하여 배운다는 뜻.그러므로 「보배위 없는 놈」이라 할 때는 「가정교육 없는 놈」이라는 뜻이 되어 그 어버이까지 욕되게 한다.그래서 자식은 부모의 얼굴이라 했던 것.효도만 해도 그렇다.그것을 책에서 배우는 것만은 아니다.제 부모가 그 부모 공경하는 것을 어려서부터 보면서 배운다.그렇게 해도 「부모가 온효자 돼야 자식은 반효자 된다」고 하던 것 아닌가.

이치가 이렇다할때 제 어미는 산속에 버린 자식이 자기만은 안방에서 고종명하려 했다면 잘못이다.제 자식에게 보여준 것이 무엇인가.보여준 그대로 그 자식은 그 지게를 챙겼다.너무도 당연하게.이런 아비를 일러 부불부라 했다.아비가 아비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논어」(논어‥안연편)에 보인다.제경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한다.­『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하는 일입니다』.그러자 제경공은 『…아비가 아비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하다면 비록 쌀이 있은들 내가 어찌 이를 먹고 살 수 있으랴』고 대답한다.「관자」(관자‥형세편)에도 나오는 말이다.

얼마전 저축추진중앙위원회가 도시지역 국민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하나의 조사결과가 알려졌다.그 가운데 주목을 끌게 하는 응답은­『돈이 있을 경우 은행에 예금하는 것보다는 아파트나 땅을 사두는 편이 훨씬 이득』이라고 한것.10명중 3명이 그렇게 대답했다.이 대답의 내용이 틀리지 않은 것이 오늘의 우리 세태이기도 하다.이런 응답에 대해 그 경제속 밝은 영특함을 기특하게 생각해야 옳을 것인가.이런 생각을 어린이들에게 심은 것이 과연 세상 아비들의 아비다운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그동안의 「보배위」가 땅장사에 아파트 투기였음이 이 응답에 잘 나타난다.청소년문제는 다름 아닌 어른의 문제라 함을 새삼 한번 더 느끼게 하는 대답이다.



이 문제만이 아니다.세상 모든 일에서 아비가 아비답지 못할 때 자식은 노모 버린 지게를 찾는법.대선 앞둔 사회지도층들도 깊이 생각해볼 대목이다.<서울신문 논설위원>
1992-11-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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