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불유경이라는 말이 있다.자유가 무성이란 고을의 장관이 되었을 때 공자가 찾아가서 훌륭한 인재를 얻었느냐고 묻는다.제자가 담대멸명이란 사람을 얻었다면서 그를 평하는 대답 가운데 나오는 말이다.◆길을 감에 있어 지름길을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지름길로 가면 물론 가깝다.하지만 대도가 못되니 문제도 따른다.그러니까 이 말의 참뜻은 무슨 일을 함에 있어 정당한 방법을 쓰지 않고 땜질을 하거나 임시 편법을 쓰는 것은 잘못이라는 데에 있다.그것은 뒤탈을 잉태한다.일의 과정을 중요시하지 않고 결과만을 추구하는 요즈음의 세태속에서 곰곰 곱씹어 보아야 할 말 아닌가 한다.◆지하철 공사장 붕괴사고가 너무 잦다.엊그제 일어난 신정동 5호선 사고는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인명 손상은 없고 승용차와 포클레인이 손괴되었을 정도이니까.하지만 작은 사고라 해서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언제 큰 사고로 이어질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지하철 공사장의 산업재해율이 일반공사장의 3배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와 있는 터.올해 상반기의 지하철공사장 재해자수만 해도 사망 48명을 비롯,모두 1천9백89명이라는 것이니 놀랍잖은가.◆이 같은 사고들에서 행불유경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지름길로 가고자 해서의 뒤탈들이기 때문이다.차근차근 착실하고 탄탄하게 시공을 해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하물며 설마를 믿고 지름길을 생각하는 시공이야 더 말할 것이 없다.거쳐야 할 과정을 생략하려 함은 잘못.한두번 무사히 넘길수 있을진 모른다.그러나 한번의 사고로 하여 줄이려 들었던 공기하며 공사비는 몇배 더 결딴나고 만다.◆예정을 앞당겨 준공식 갖는 것이 표창의 대상으로 되어온 우리 사회.그것은 이제 과도기의 미덕쯤으로 치면서 도리어 죄악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잦은 지하철 붕괴사고에서 우리사회의식구조의 병폐를 읽는다.정말 못고치는 걸까.
1992-09-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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