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날의 추억 가운데 가을 운동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특히 농어촌에서 국민학교를 나온 사람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둥둥 북소리에/만국기가 오르면/온 마을엔 인화가 핀다/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연신 터지는/출발 신호에/땅이 흔들린다…』이성교 시인의 「가을 운동회」.마음껏 뛰고 달리던 그날을 떠올리느라면 고된 도시생활의 피로가 가신다.은근히 흠모했던 순이는 지금 어디서 살까.달리기에 2등을 하고서 엉엉 울었던 석이는 국민학교 교편을 잡고 있다지.◆시골 국민학교 가을 운동회는 말하자면 지역사회의 잔치이기도.어린이들만 던지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뛰며 뒹군다.여름내 땀흘리고서 이제 추수만을 앞둔 시점이 아닌가.그 기쁨안고 갖은 음식 장만하여 온가족이 운동장으로.『…하루종일 빈 집엔/석류가 입을 딱 벌리고/그 옆엔 황소가/누런 하품을 토하고 있다』(앞시의 5련).사실인즉 어머니들이 더 기다리던 운동회 아니었나 싶다.◆지금이 그 꿈과 로망의 가을 운동회 철.코스모스 하늘거리는 운동장에다 추억을 심는 철이다.그런데 올해는 그렇지 못한 곳도 있는 모양이다.운동회는 그동안 학부모들의 찬조금에 많이 의존해왔던 것인데 당국의 찬조금 금지조치에 걸리게 된 때문.행사비용을 마련하지 못해서 규모를 줄이거나 더러는 아예 포기해 버리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한다.교육청을 통한 찬조금 기탁은 부진한 상태이고.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교육청이 지급한 돈만으로는 운동회 개최가 어렵다.많이 모자라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모처럼의 지역사회 가을 잔치를 그만두게 해야 할 것인지.어린이들의 꿈을 뺏는다는 생각도 든다.어떻게든 열어줄 수 있는 궁리를 다 함께 해서 기쁨과 풍요의 가을로 만들어야겠다.
1992-09-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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