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이란 이름의…/우홍제 본사 편집위원(굄돌)

모범이란 이름의…/우홍제 본사 편집위원(굄돌)

우홍제 기자 기자
입력 1992-08-12 00:00
수정 1992-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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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있으면 모범택시와 우등고속버스가 운행될 모양이다.

차삯이 현행보다 몇배 비싸기 때문에 꼭 타야 할 사람이 쉽게 탈 수 있고 비싼 만큼 서비스도 좋고 해서 여러모로 교통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게 교통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빈 택시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들 때가 많고 일부 운전기사의 횡포에 피곤함이 더해지기도 하는 서울시내의 경우 모범택시의 등장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나칠 수 없는 점은 이번에 선보이게 되는 택시·버스가 언제까지나 「모범」이고 「우등」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만약 10년후라면 지금의 요금수준으론 낙제나 열등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게 확실하다.인플레진행의 정도에 따라 그 시기가 훨씬 앞당겨질 수도 있을게다.

그렇다면 그때 가선 현재보다 또다시 몇배 껑충 뛴 요금의 새로운 모범 우등교통수단이 나올 게 아닌가.

이와 비슷한 발상의 시책은 과거 전매당국이 자주 썼던 것 같다.

새 고급담배를 내 놓으면서 값을 올리곤 했던 상투적 수법이었는데 요즘엔 전매청이 공사로 바뀐데다 양담배 수입자유화등으로 품질 및 가격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어서인지 예전같이 속이 보이는 값인상 수법은 좀처럼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요금을 올린 점은 일단 접어 두고라도 모범유의 등장으로 과연 현재 안고 있는 교통상의 문제들이 당국의 설명만큼 줄어들 수 있을까.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겪고 있는 교통난의 가장 큰 요인이 무분별 무제한의 증차현상에 있음은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서울에만도 하루에 6백대 이상의 차량이 늘어나고 있으니 교통체증이 심화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때문에 택시의 숫자가 적어서가 아니라 길이 막혀서 승객의 상·하차회전율이 크게 느려지는 데 근본적인 택시이용의 불편함이 있는 것이다.당국 계획대로 모범택시가 몇만대 늘어날 경우 당장엔 잡기가 쉽겠지만 교통체증심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결국 요금만 올린 셈이 될 것은 어렵잖게 예측할 수 있겠다.

정책입안자가 어리석으면 국가와 국민은 예기치 못한 곤욕을 치를 수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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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어떤 상황의 문제점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근본적인 치유책대신 일시적으로 호도하는 시책을 쓸 때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1992-08-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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