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선수 올림픽 마라톤 제패하던 날

황영조선수 올림픽 마라톤 제패하던 날

진경호 기자 기자
입력 1992-08-11 00:00
수정 1992-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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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한 풀었다” 온국민 열광/메인스타디움 단독 입성에 갈채/노년층 일장기사건연장 눈시울/직장마다 일손놓고 「피날레금」 얘기꽃

56년전 손기정선수가 베를린에서 망국의 설움을 안고 세계를 제패했던 바로 그날 가슴에 태극기도 선명한 황영조선수가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에서 다시한번 세계를 제패하자 온 국민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황선수가 바르셀로나올림픽 주경기장에 맨 먼저 들어가 거의 혼자서 트랙을 질주한 끝에 마침내 골인하는 순간 뜬 눈으로 TV와 라디오앞에 앉아 승전보를 기다리던 많은 국민들은 일제히 주먹을 불끈쥐어 하늘로 내지르며 『마침내 해내고 말았다』고 환호했다.국민들은 특히 황선수가 막판까지 각축을 벌여 보는 이의 가슴을 조이게 했던 일본선수를 저만치 따돌리며 우승한데 대해 더없이 대견스러워 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 감격을 좀처럼 가라앉히기 어려운듯 10일 하루종일 틈만 나면 TV앞에 다가가 본 장면을 보고 또 보았으며 이야기 상대만 있으면 마라톤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이날 새벽 서울 남대문시장등 시장상인들은 금메달 소식이 전해지자 하던 거래도 멈추고 일제히 『황영조만세』를 외쳐댔으며 상계·반포등 대단위 아파트단지에도 이집 저집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어 직장에 출근한 직장인들도 거의 일손을 놓은채 마라톤쾌거를 화제로 올리며 황선수에 대한 이야기에 열광하고 또 열광했다.

특히 지난 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의 일장기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노년층들은 감격에 겨운 나머지 눈시울을 붉혔다.

○…동대문·남대문시장등 서울시내 주요도매시장에서는 밤새 상경한 지방상인들까지 물건을 고르는 것을 멈추고 TV가 있는 점포앞으로 수십명씩 몰려들어 황선수가 역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으며 마침내 황선수가 선두로 골인하자 즉석에서 소주파티가 벌어지기도 했다.

동대문시장에서 직물점을 경영하는 한승엽씨(40)는 『황선수의 금메달을 어느 메달에 비할수 있느냐』면서 『베를린올림픽때처럼 금메달대신 월계관을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대한생명 융자부 윤대운씨(29)는 『마라톤 우승을 놓고 동료들과술내기까지 걸었었다』면서 『시상식에서 황선수가 일본·독일선수를 양 옆에 둔 모습이 56년전 손기정선수가 베를린에서 일장기를 달고 우승한 모습과 묘하게 대비돼 우연으로 돌릴수만은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황선수가 소속된 주식회사 코오롱에선 이날 하기주사장이 전사원들에게 4천원짜리 점심을 사는등 축제분위기를 이뤘다.

사원들은 대부분 평소보다 1시간정도 일찍 출근해 우승소식을 기뻐했으며 1층 현관에는 가로 2m,세로 2m 크기의 메모판을 내걸어 사원들이 황선수의 쾌거를 축하하는 격문을 써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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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들집에 다녀가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는 정부렬씨(72·대구시 동구 신암동)는 『56년전 일본에서 고보를 다니던 당시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떼이」선수가 한국인 손기정이라는 사실을 전해듣고 유학온 친구들과 밤새 기뻐한 기억이 새롭다』면서 『올림픽의 꽃이라는 마라톤에서 황선수가 손기정씨가 월계관을 목에 건 그날 금메달을 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진경호기자>
1992-08-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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