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조급성/최창신 축구협 수석부회장(굄돌)

한국인의 조급성/최창신 축구협 수석부회장(굄돌)

최창신 기자 기자
입력 1992-07-02 00:00
수정 199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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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은 몰라도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성질 급한 민족도 드물지 않나 싶다.

이를 주제로 한 연구결과가 더러 발표되었을 법한데 과문한 탓으로 아직 본 적은 없다.다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좁은 국토,빈번한 계절변화 등이 근본적 배경을 이루면서 잦았던 외침,전쟁,정치적인 격변 등이 안겨준 심리적 불안감이 뼈대를 만들었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사회변화가 첨가되어 특유의 조급성이라는 형태를 빚어 놓은 게 아닌가 싶다.

우리의 이 성질 급함은 크고 작은 암세포의 덩어리들처럼 사회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자동차를 타보자.상식과 법규를 벗어난 끼어들기가 상식화되었고 저만치 빨간불이 켜져 있음에도 빠른 속도로 달려가 급정거해야 직성이 풀리며,어쩌다가 미숙한 운전자가 차를 조금만 천천히 몰라치면 경적을 울려대기 일쑤이고 병목현상이 빚어지는 곳에서는 어떻게 해야 된다는 무언의 합의가 이루어져 있음에도 서로 먼저 빠져 나가려고 기를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식당엘 가보자.방금 들어온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기가 무섭게 빨리갖다 달라고 재촉하는가 하면 무슨 놈의 식사를 그렇게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하는지.

엘리베이터를 타면 또 어떤가.자기가 가고자 하는 층의 단추를 누르기 무섭게 닫힘단추를 누르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엘리베이터가 작동되는 상태에서는 4초에서 5초 정도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게 되어 있는데 그걸 못 참는 게 우리다.

얼핏 들은 얘긴데 온 국민이 쓸데없이 닫힘단추를 눌러댐으로써 발생되는 전력소모량이 엄청나다고 한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이른바 참을 줄 아는 정신문화를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하는 국민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됐으면 어떨까 생각된다.

우리 생활주변에 깔려 있는 여러 현상들을 사례별로 분류하고 이러한 잘못된 관행들이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되돌려 주는 손해의 부머랭현상을 조사,홍보하면서 말이다.

「서두르면 낭비(손해)가 뒤따른다」는 서양속담을 잘 음미해볼 만하다.
1992-07-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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