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녹지(사설)

도시와 녹지(사설)

입력 1992-04-05 00:00
수정 1992-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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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새 서울시내에서만 택지개발사업으로 무려 1백81만평에 달하는 녹지지역이 줄어들었다는 자료가 보도됐다.뿐만아니라 올해 서울시 계획에는 또 다시 45만평이 신규택지개발로 줄어들게 되어 있다.이는 물론 행정상 위법적인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녹지개발제한구역을 구체적으로 잠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발제한구역이 아니더라도 과연 주택짓기만을 위해 어떤 형태의 녹지든 다 쓸수 있느냐에 있다.다시말해 개발제한구역만을 빼고는 집만 짓는것이 우선적이며 옳은 선택이냐 하는 것이다.그러고보면 현재 서울에서 개발제한구역을 제외한 전녹지는 2천2백70만평 뿐인데 이중 10%인 2백26만평이 단 4년째 사라졌다는 것이 되고,과연 이 속도로 녹지 포기가 이루어내는 도시환경이란 무엇인가라는 심각성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녹지에 대해,지정돼 있는 그린벨트마저 무더기로 훼손되는 현상만을 관심사로 삼았다.그래서 그린벨트만이라도 살리는 것이 우선적인 일처럼 굳어졌다.하지만 이 관점부터가 우리 현실이 만들어낸 상당한 오류이다.

도시의 삶은 오늘날 사뭇 진지한 문명적반성을 하고 있다.도시환경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에 어떤 폐해를 주는 것이냐부터 이 반성은 시작된다.아파트 벽의 두께에 따라 달라지는 생활소음이 사람에게서 어떤 감정상태를 만들어내느냐 같은 것에 대한 연구는 이미 더할 필요가 없을만큼 결과가 나와있다.시멘트벽속에서만 살게 되는 도시인의 감성적 피폐성이 일상적 일들에 얼마나 영향을 주느냐 같은것도 물론 추적돼 있다.따라서 도시는 정서기능적 녹지를 보다 광범위하게,그것도 급속히 확대해야 한다는게 오늘날 도시행정의 우선적 과제가 되어 있다.프랑스 같은 경우엔 샐러리맨이 출퇴근하는 도시의 외곽로에 어떤 나무를 심느냐를 따지는데 있어,이를 정서적 반응도로 선정해야 한다는 관점까지 수립한다.

이에 비한다면 우리의 도시록지는 지금 전면적으로 단지 택지의 가능성여부만으로 판정되는 셈이다.이러한 증거는 수시로 일상에서 찾을수 있다.지난해 7월만해도 서울 도곡동 언주로에 있던 중앙녹지대가 삽시간에 사라졌다.교통난 해소책으로 아스팔트 포장화를 해버린 것이다.그러나 시민도 이제는 바뀌고 있다.이 일이 일어난뒤 이 지역 시민들이 항의에 나섰던 것을 기억해야할 것이다.나무 한 그루라도 오히려 더 심어야 하는데 있던 나무마저 치우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심히 살벌한 삶을 살라고 하는것이 아니냐는 것이 이때 나왔던 보통시민의 항의내용이었다.

우리의 삶의 가치는 지금 보편적으로 우선 집이나 짓자는데 있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느리기는 하지만 오염속에 가득찬 시멘트벽과 사람이 지나갈 자리조차 없는 주차장화 된 골목길과 그리고 눈 따가운 매연속에서 사는 것이 과연 잘 사는 것이냐의 느낌은 커지고 있다.그러면서 산꼭대기까지 들어차는 주택들이나 보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더 각박한 삶이 되는 것인가도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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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행정은 이제 이 문제를 다룰때가 된 것이다.주택담당관리보다 녹지담당관리의 책임이 더 중시되어야 할 때에 온 것이다.하긴 말로는 나무를 심자한다.
1992-04-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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