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세습은 임박했는가(사설)

김정일 세습은 임박했는가(사설)

입력 1992-02-16 00:00
수정 1992-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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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50회 생일(2월16일)을 맞은 북한에서는 그의 권력승계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여러가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지난해 12월24일 군총사령관직에 오른 그가 앞으로 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넘겨 받아야할 직책은 국가주석과 노동당총비서.북한에서의 부자권력세습은 사실상 끝난 상태이지만 이 두자리를 물려받지 않는한 권력승계가 마무리됐다고는 볼 수 없다.김일성이 언제 그의 아들에게 이 자리들을 넘겨주고 대외적으로 「권력승계의 완료」를 공표할지 알수 없지만 최근의 여러가지 정황들을 분석해보면 그 시기가 임박했음은 사실인 것같다.

올해의 김정일생일 경축행사가 예년보다 훨씬 요란하고 떠들썩한 것도 이 사실을 뒷받침 하고 있다.

김정일의 50회 생일행사는 권력승계를 예고하는 정치적인 의미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북한당국은 지난 80년 제6차노동당대회에서 그를 후계자로 떠받든 이후 김정일우상화 작업을 꾸준히 펼쳐 왔다.그러나 그 작업이 성공했다는 징후를 찾아볼 수가 없다.

분단이후 47년간 북한을 지배해온 김일성주석은 현대의 어떤 독재자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으나 김정일에게는 그것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북한권력층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때문에 북한당국은 김정일우상화작업을 보다 강화하는 한편 권력승계를 위한 실질적인 수순을 밟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군총사령관 임명이다.국가주석이 군총사령관을 겸임한다는 헌법조항을 무시하면서까지 김정일을 그 자리에 앉힌 것은 군에서의 그의 위상과 지지가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최근 북한 권력서열 3위인 오진우인민무력부장이 전인민군을 향해 김정일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칠 것을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같다.김정일의 양복입은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북한의 언론매체들이 김정일에게도 「위대한 지도자」의 칭호를 사용한 것,그리고 김일성주석을 제치고 김정일에 관한 기사를 머릿기사로 다룬 것들도 이러한 수순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의 권력승계를 위한 수순이 어떻게 되든 또 그것이 언제 이루어지든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이를 앞두고 남북관계개선과 평화정착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의 몸짓을 보여주기 바란다.오는 18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관계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이 발효될 예정이다.두 문건이 발효된다고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평화가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남북관계는 이때부터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된다는 것을 서로가 다시한번 확인해야 하며 이 확인은 실천의지로 이어져야 한다.실천은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 첫 과제로 북한이 핵사찰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해 줄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우리는 김정일체제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북측은 역사와 시대의 준엄한 요청을 외면할 수도,해서도 안된다는 사실만은 깊이 인식해야 한다.
1992-02-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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