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처리도 엄격해야 한다(사설)

학생처리도 엄격해야 한다(사설)

입력 1991-10-15 00:00
수정 199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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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학 무용과의 입시부정사건으로 해당학교와 교육계가 연일 망신을 당하고 있다.이런 봉변은 당사자와 그들이 속한 대학만의 봉변으로 그치는게 아니다.망신을 당하는 쪽도 딱하지만 그것을 보아야 하는 일반 국민의 처지도 우울하고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학생의 죽음으로,한 어머니가 자녀를 대학에 부정입학시키는 일의 발상이 얼마나 범죄적이고 타산적인 것이었는가가 드러났다.상상도 할수 없는 거액으로 자식의 대학입시를 「거래」하는 것은 그 액수에 비례하는 탐욕과 정산에 의한 행동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그렇게 입학한 학생들은 그 부모의 요구에 의해서라도 그 「학벌」을 이용하여 「본전찾기」를 궁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그런 학생이라면 대학에서 길러내기를 소망하는 인재로 성장할 바탕이 처음부터 결여된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잇따라 일어나고,터지는 대학들의 부정입학생문제를 놓고 각대학들에서는 그 처리규정의 새로운 마련에 분주하다는 소식이다.특히 입시부정과 관련하여서는 대학마다 교수에 대한 처벌규정은 있지만 부정입학한 학생에 대한 처리·처벌규정은 없다고 한다.이번을 계기로 학생에 대한 처벌규정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대학에서 일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대학들은 부정입학한 학생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했던 것이 사실이다.학생들사이에서 노출되지만 않으면 불문에 부치고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고 본인이 견디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온 것이다.이런관례는 일반적으로 학생에 대해서는 온정적인 우리사회의 인정때문이기도 하다.『학생한테야 무슨 죄가 있나,어른들 잘못이지…』하는 생각이 우리의식에는 깔려있다.

이와함께 대학들이 부정입학 학생들에 대한 처벌규정을 별로 마련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대학스스로가 「부정입학」에 개입해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대학당국이 부정을 주도하여 입학시켜 놓고 그것이 드러났다고 학생을 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애당초부터 그런 규정을 마련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무릇 불법이나 부정이 심화하고 그 폐해가 확산되는 것은 이런 속성때문이다.대학들의 불정이 오늘처럼 악화되고 깊어간 것도 이런 속성과 관계가 있다.

대학에 입학하여 졸업할 나이면 통념상으로나 법정으로나 성인의 단계에 있다.부모와 학교의 결탁에 의해 이뤄진 부정이라도 학생스스로 판단하여 선택할 수 있게 성장한 나이이므로 무조건 관용할 일이 아니다.자녀가 함께 처벌되어 그 인생에 흠이 갈지도 모를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학부모의 부정입학에 대한 집요한 욕심도 줄어들 것이다.입시부정에 대해 단호한 결의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대학들은 이 기회에 그 규정을 보다 엄격한 방향으로 정비함이 옳으리라고 생각한다.
1991-10-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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