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해외파병을 경계한다(사설)

일본의 해외파병을 경계한다(사설)

입력 1991-09-21 00:00
수정 1991-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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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해외파병법안이 마침내 의회에 상정되었다.일본군 해외파병의 제도화가 전후 처음으로 공식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일본외교·국방정책의 역사적인 전환을 보여주는 상황의 전개라고 일본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일본은 변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는 지금 보고있다.

우리를 포함하는 아시아제국은 그동안 일본의 정치·군사대국화를 끊임없이 경계하고 경고해왔다.그것은 「현대판 일제」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아시아 제국에 있어 일제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악몽이며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역사이기 때문이었다.일본도 이 점을 이해하고 자제할 것으로 우리는 믿어왔다.그러나 일본의 정치·군사대국화 지향의지는 강화되기만 했으며 이제 그 노골적인 구체화를 의미하는 일본군 해외파병법의 제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법의 제정을 추진해온 일본정부와 자민당의 지도자들은 이것이 일본의 정치·군사대국화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유엔평화유지활동협력법」이란 이름이 말해주듯 어디까지나 세계평화유지에 기여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일본이 세계의 평화유지에 기여하겠다는데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일본군의 참여가 유엔의 세계평화유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경험한 일제도 세계평화를 파괴하기 위해 해외에 황군을 파견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일본은 세계의 평화와 아시아의 공존·공영을 위해 한반도를 식민지화하고 중국대륙에 진출했으며 동남아를 석권하고 세계대전을 일으키지 않았는가.그때의 일본과 오늘의 일본은 다르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가 있단 말인가.해외파병법 같은 것을 만들지 않는 것이 그것을 믿게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지금의 일본은 정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걸프전당시 군사적 지원을 하지 못했던 것을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구미의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걸프전은 정말 일본의 군사적 지원을 필요로 했다고 구미는 물론 일본도 생각하는가.그리고지금 세계는 평화유지를 위해 일본의 군사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인가.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일본인 가운데도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동은 무엇인가.세계평화보다는 일본의 야심을 위한 것이다.일본은 경제대국에 걸맞는 정치·군사대국화의 야심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세계는 질서재편의 과도기를 맞고 있다.세계의 관심은 소련과 중동에 쏠려있는 것이다.특히 아시아의 대국 중국은 일본의 돈이 필요하고 집안단속에 여념이 없으며 한반도도 남북관계와 그 주변상황에 신경쓰기 바쁘다.세계와 아시아제국은 일본의 재무장과 군사대국화의 문을 여는 위장된 해외파병법같은데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일본에 있어 그것은 아시아제국의 반발을 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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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아시아가 일본에 대해 필요로 하는 것은 해외파병 등 군사적 기여가 아니라 경제·기술협력의 봉사란 사실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일본은 세계와 아시아에 대해 갚아야할 역사의 부채가 아직도 많다.정치·군사적 영향력 확대에만급급한다면 그것은 아시아와 일본 모두를 위한 비극일 것이다.
1991-09-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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