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1-08-25 00:00
수정 1991-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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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스는 12호 C급 여성 태풍.정숙한 비극의 여성이었던가.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 엄청난 눈물을 쏟아 부으면서 피해를 안기고 지나갔다.◆신문이나 방송에 따라 강우량의 숫자가 좀 다르긴 하다.시점을 언제로 잡았느냐의 차이인듯.하지만 경주에는 이틀동안에 7백㎜ 전후의 비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진다.이 여성은 우리 문화고도에 무슨 원혐이라도 있었던 것인가.그 주변인 부산·울산쪽에도 5백여㎜의 호우를 쏟아부었다.재산피해도 대단하지만 첫째 사람이 죽고 실종된 수만 90여명.C급 바람의 눈물 피해 치고 기가 차다.◆강우량의 기록을 찾아 기네스북을 들춰본다.역시 족탈불급이다.1952년의 3월 15·16일 인도양 레위니옹섬의 실라오스란 곳에 내린 양이 1870㎜.똑같이 이틀동안인데 우리 경우의 3배에 가깝다.섬이 대양화한다고 생각했을 법한 「노아의 홍수」 아니었을까.그에는 못미친다 해도 500∼700㎜가 내린 곳에서는 천지개벽이라도 하는 듯한 절망감에 빠졌던 것이리라.◆지난번의 태풍 캐틀린 때는 신문·방송이 요란스레 경고를 했다.그런데 이번에는 대수롭잖게 봤다.세력도 약하고 진로도 비켜갈 것 같다는 생각에서.한데,눈물의 글래디스 양은 그에 심술이라도 났던 것인가.제주까지 와서는 우회전 대신 좌회전으로 서북쪽행의 급선회.이런 일은 전에 한번인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신문·방송이 「북극 곰들」의 태풍 소식에 기울어 있었던 사이의 정변아닌 천변.방심의 하를 찌른 「여심」이었다.하늘의 뜻을 어찌 헤아린다 하겠는가.◆태풍일과후라더니 하늘은 맑다.10여일 계속되던 늦더위를 껴안고 간 글래디스양.하지만 할퀴고 간 생채기가 너무 크다.모두 나서서 생채기의 뒷마무리라도 잘 해야겠다.

1991-08-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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