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불씨 잉태한 소 쿠데타/「8인 비상위」 성공할 것인가

실패불씨 잉태한 소 쿠데타/「8인 비상위」 성공할 것인가

유세진 기자 기자
입력 1991-08-21 00:00
수정 1991-08-2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서방지원 끊겨 경제파탄 해결불투명/옐친의 국민저항 극대화여부도 변수/군부내의 결속도 확고하지 못해 문제로

고르바초프의 실각소식이 전해진뒤 세계의 관심은 소련의 새 지도부가 그들의 체제를 정착시켜 권좌를 유지해 나갈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또다른 저항에 직면,혼돈과 무질서 속으로 빠져들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이와 관련 부시 미대통령이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쿠데타란 실패할 수도 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미국내 소련전문가들 대부분이 쿠데타의 실패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이같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는 물론 몇가지 근거를 들수 있다.그러나 아직까지는 쿠데타의 실패를 단언할수 있는 확실한 근거라고 할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할수 있으며 따라서 이같은 분석은 어느 측면에서 볼때 미국의 희망사항을 피력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볼수 있다.

쿠데타의 실패가능성을 점치는 근거는 ▲개혁파와 시민들이 쿠데타에 격렬히 저항할 것이란 예상 ▲새 지도부가 현재의 소련경제의 난국을 해결할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며 서방의 경제지원 중단등으로 경제가 오히려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쿠데타 지지와 관련,소련군내부의 결속이 확고하지 못하다는 점등 세가지를 들수 있다.

부시 미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정치적 개방을 유지하려는 소련국민들의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이같은 변화가 뒤집어 질수 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하고 『국민들이 일단 자유를 이해하고 자유의 단맛을 알았으며 민주주의의 가동을 경험했다면 과거로 역행을 바라지 않을 것으로 나는 믿고 있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의 실각소식이 전해지자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대통령이 즉각 총파업과 시민불복종운동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이에 호응,러시아등 3개 공화국의 탄광들이 파업에 돌입하는 한편 옐친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모스크바 시내로 진입하는 소련군 탱크들을 육탄으로 저지하고 나선 것등은 일단 소련국민들이 과거 소련에서의 권력교체시와는 달리 고르바초프를 실각시킨 이번 쿠데타를 쉽사리 용인하지 않을뿐 아니라 이에 저항할준비가 갖춰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이와 관련,소련문제전문가들은 반쿠데타 세력의 핵심이라 할수 있는 옐친을 소련지도부가 자유롭게 풀어준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한다.이들은 또 옐친이 쿠데타에 대한 소련국민들의 저항을 얼마나 극대화시킬수 있느냐에 따라 쿠데타의 성패가 갈릴수 있다고 말한다.이들은 이와함께 국민들의 저항이 극심해질 경우 소련이 내전의 수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쿠데타세력이 일단 고르바초프를 축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고르바초프가 안고 있던 여러 문제들은 그대로 새 지도부에 넘겨졌다.그중에서도 고르바초프의 인기를 떨어뜨린 결정적 원인이 된 경제위기를 해결하는데 있어 새 지도부가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지 또 그럴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많은 소련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야나예프가 유엔에 보낸 전문에서 『개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시장경제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점,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첫 경제조치가 식료품등 생필품가격의 인하와 배급제에대한 통제강화로 나타난 점등을 볼때 소련의 경제개혁은 상당히 후퇴할 것으로 추측된다.더욱이 소련에 대한 서방의 경제지원이 중단되면 소련경제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악화될 것이며 소련상점의 텅빈 진열대가 빠른 시일내에 상품으로 가득 채워지지 못한다면 소련국민들이 고르바초프에게 했던 것처럼 새 지도부에 등을 돌릴게 분명하다.

쿠데타와 관련,소련군내부의 결속이 확고한지에 대해서도 많은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비록 군부내 고위간부들간엔 고르바초프의 축출에 대해 의견일치가 이뤄진게 사실이라 해도 젊은 장교들을 주축으로 한 소장그룹내에선 여전히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에 대한 지지세력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이와 관련,지난 19일의 쿠데타에 동원된 것은 보리스 푸고내무장관산하의 보안군일뿐 연방군자체는 아직 쿠데타에 대해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대체로 이같은 상황들이 소련에서의 쿠데타가 실패할수도 있다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그러나 이로 인해 소련의 새 지도부가 쫓겨나기까지는 빨라도 몇개월은 걸릴 것이다.따라서 이번 쿠데타는 장기적으로 볼때는 실패의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성공한 것으로 봐야할 것같다.<유세진기자>
1991-08-21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