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정상회담/이기동 모스크바특파원(오늘의 눈)

또 하나의 정상회담/이기동 모스크바특파원(오늘의 눈)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1-08-01 00:00
수정 199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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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모스크바에 도착하기 수시간 전인 29일 낮 모스크바에서는 또하나의 「미니 정상회담」이 열렸다.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과 란츠베르기스 리투아니아공화국 최고회의의장이 만나 독립국가로서 상호 주권을 인정하고 협력관계를 맺는 기본협정 조인식을 가진 것이다.

소련언론들은 이날 소련에서 「최고 골칫거리」인 이 두사람의 만남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듯 사실보도만 간략하게 했다.리투아니아가 신연방조약에서 제외될 경우 경제적 고립을 당할 것에 대비해 미리 러시아공과 관계를 맺으려는 것이라는 코멘트가 짤막하게 있었을뿐 정치적 의미는 별로 부여하지 않으려는 듯했다.

정작 신기한 것은 이 두사람의 행동이 전혀 어떤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조인식에 나온 그들의 표정은 밝고 당당해 보였다.옐친은 하루에도 몇번씩 고르바초프대통령이 타는 차와 같은 최고급 「질」승용차에 러시아대통령기를 달고 모스크바시내를 질주한다.

옐친은 러시아공내에서 공산당세포의 활동을 중지시키는포고령을 내려 이 포고령의 위헌여부로 현재 헌법감시위에 제소돼 있는 몸이다.란츠베르기스 또한 지난해 3월 리투아니아의 독립선언에 대해 크렘린이 불법판정을 내려놓은 상태이다.이런 상황에서 자기들끼리 제멋대로 만나 서로 독립국임을 인정한다는 조약까지 맺은 것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보면 크렘린이 결국 지금 이 두사람이 하는 요구를 받아들이려는게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다시말해 리투아니아등 발트해3개공화국에 대해 앞으로 경제적인 유대만 크렘린과 유지하게 하고 정치적 독립은 절차와 관계없이 허용해주려는 신호로 보인다는 것이다.그렇지 않고서야 미국대통령이 도착하는 날 모스크바에서 이런 「미니 정상회담」이 열리는게 어떻게 가능할까.



많은 소련사람들이 발트해 공화국들의 독립은 이제 되돌리기 힘든 대세로 보고 있다.사실이 그렇다면 빨리 허용해주는 쪽으로 나가는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1991-08-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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