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1-05-20 00:00
수정 1991-05-2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냉전시대의 공산권을 흔히 「철의 장막」에 갇힌 세계로 표현하곤 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이 허용되지 않았던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거주·이전의 자유야말로 인생살이의 기본이 되는 가장 중요한 인권의 하나임을 서방자유세계는 강조했고 그것이 보장되지 않는 소련 등 공산권을 비판해 왔던 것. ◆그 서방세계가 이제는 공산권의 거주·이전 자유보장을 오히려 걱정해야 하는 모순에 빠지고 있다. 동구에 이어 소련도 최근 해외여행자유화법을 논의중인데 확정되면 쏟아져나올 소련인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로 걱정이 태산. 이미 동유럽인들이 서유럽에 넘치고 있는 상황에서 소련인까지 가세되면 어떤 혼란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동유럽의 해외여해자유화법을 반대할 수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 ◆「동구인들의 내습」으로 가장 골치를 앓고 있고 소련의 여행자유화법을 제일 무서워하는 나라는 통일 독일. 「독일계 외국인의 모국귀환은 모두 허용해야 한다」는 헌법조항을 가진 독일은 작년에만 주로 동구 출신 독일계 외국인을 40만이나 받아들였다. 소련의 여행자유화법이 확정되면 2백만 내지 4백만의 독일계 소련인들이 살기 좋은 세계 제일의 부자모국 독일로 몰려들 전망이라는 것. ◆아시아에선 공산베트남의 「보트피플」로 주변국은 물론 한국·일본까지 홍역을 치렀지만 12억 인구의 중국이 해외여행을 자유화하면 어떻게 될까. 대통령 시절의 카터는 미국을 방문한 등소평에게 중국의 인권개선을 요구하다 「중국인 얼마를 미국으로 풀어놓으면 좋으시겠느냐」는 등의 반문에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는 일화도 있다. ◆「죽의 장막」으로 불리던 중국의 여행규제도 많이 풀려 중국에 있는 교포들의 한국방문도 상당히 빈번하다. 반갑고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교포들의 서울 약행상이 사회문제화된 것을 생각하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가난하고 못살아아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공산권의 실패한 사회주의 유산이라고나 할까. 그것을 자본주의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인 셈이다.

1991-05-20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