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기준 기관마다 달라 혼선/국세심판소,국세청의 부과조치 뒤엎어

과세기준 기관마다 달라 혼선/국세심판소,국세청의 부과조치 뒤엎어

염주영 기자 기자
입력 1991-05-19 00:00
수정 1991-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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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체납세금 매수인이 내야/국세청/사전고지 없었으면 부과 부당/심판소/대법원이 기존판례 고수할땐 면제될듯

다방·공장 등 사업체를 사고파는 경우 사업체를 인수한 사람이 전 주인이 지고 있는 체납세금(조세채무)을 어디까지 대신 물어주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이 세금을 다루는 국가기관에 따라 그 판정기준이 서로 달라 조세행정의 혼선은 물론,납세자인 국민의 불편과 경제생활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재무부 국세심판소는 18일 연탄공장을 운영하는 황창연씨가 국세청을 상대로 연탄공장의 전 주인이 체납한 종합소득세 등 1억7천3백48만4천원을 대신 내도록 한 2차 납세의무 지정통지를 취소해줄 것을 청구한 심판에서 『연탄공장의 매매계약 체결일(90년 5월4일) 현재 전 주인이 물어야 할 세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에 대해 새 주인에게 대신 물도록 2차 납세의무룰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황씨는 지난해 5월4일 장 모씨(전 주인)로부터 연탄공장을 사들였으며 국세청은 같은 달 16일 매매사실을 확인하고 전 주인 장씨에게 89년 1월부터 90년 4월까지의 종합소득세 및 방위세를 부과했다.

국세청은 그러나 장씨가 세금을 체납함에 따라 한 달 후인 지난해 6월28일 새 주인 황씨에게 체납세금이 승계됐다고 보고 이 세금을 대신 내도록 하는 내용의 2차 납세의무 지정을 통보했었다.

따라서 국세심판소가 장씨의 2차 납세의무 지정취소청구를 받아들인 것은 국세청이 현재 적용하고 있는 2차 납세의무 판정기준을 뒤엎은 것이다.

국세청이 현재 적용하고 있는 사업체의 매매에 따른 2차 납세의무 판정기준은 과세기간이 지나면 세금이 「성립」되며,이 세금을 전 주인이 부담할 능력이 없으면 새 주인에게 납세의무가 넘어간 것으로 보고 새 주인에게 전 주인의 체납세금을 대신 물도록 하고 있다. 즉 매매일 이전의 모든 세금은 사업체의 인수와 함께 새 주인에게 넘어간다고 보는 것으로 매매일 현재 세금의 성립여부를 2차 납세의무의 판정기준으로 하는 「성립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심판소는 성립된(과세기간이 종료한) 세금 가운데 매매일 현재 신고나 고지서발부 등의 절차를 통해 납세의무가 「확정」된 세금에 대해서만 새 주인에게 2차 납세의무를 지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세심판소는 황씨의 청구심판에서 2차 납세의무 판정에 관해 「확정기준」을 채택했다.

이번 국세심판소의 결정을 국세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 사건은 조세행정소송으로 넘어가게 되며 이에 대해 법원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는 「부과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즉 사업체의 매매일 현재 전 주인에게 세금고지서가 발부된 세금에 한해서만 새 주인의 2차 납세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황씨 사건에 관해 국세심판소의 「확정기준」과 대법원판례의 「부과기준」은 차이가 없으며 대법원이 기존판례를 고수하는 한 황씨의 2차 납세의무는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과(고지서 발부)되지 않고도 확정되는 세금,즉 신고만으로 납세의무가 확정되는 법인세·부가가치세·특별소비세와,인지세·원천징수되는 소득·법인세,납세조합이 징수하는 소득세 등은 경우가 달라진다. 대법원 판례가채택하고 있는 「부과기준」은 새 주인에게 2차 납세의무를 지우기 위해서는 매매일 현재 해당세금의 고지서가 전 주인에게 발부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고지서 발부절차가 없이 확정되는 세금은 모두 2차 납세의무를 인정하지 않는다.

2차 납세의무를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41조는 「양도인에게 부과하거나 양도인이 납부할 세금에 대해 양도인의 재산으로 충당해도 부족한 때는 양수인이 2차 납세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

국세심판소 관계자는 이처럼 국세청·심판소·대법원 등 세금문제를 다루는 국가기관에 따라 2차납세의무 판정기준이 다른 데 대해 『국가의 조세채권의 확보와 국민의 경제적·법적 생활의 안정성 가운데 어느 쪽에 보다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기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염주영 기자>
1991-05-1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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