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아닌 파견”의 패러독스/강수웅 도쿄특파원(오늘의 눈)

“파병 아닌 파견”의 패러독스/강수웅 도쿄특파원(오늘의 눈)

강수웅 기자 기자
입력 1991-04-26 00:00
수정 199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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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8월15일을 「종전기념일」이라고 부른다. 전쟁에 패배한 날이 아니라 단순히 전쟁이 끝난 날일 뿐이라는 것이다. 패전으로 상처받은 국민적 자존심을 더 이상 건드리지 않으려는 배려에서 지어낸 「어휘의 속임수」일지 모른다.이것을 반드시 나쁘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경제대국 일본이 가능하지 않았는가고도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이번 소해정 파견에 있어서만은 경우가 좀 다르다. 일본정부는 이를 「파견」이라고 말한다. 자위대가 해외에 처음으로 본격출동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위대의 해외파병은 아니다』라고 우긴다. 일본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선박의 항해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무력행사의 목적이 아니며 헌법상 금지된 해외파병도 아니다』라며 평화국가의 이념을 견지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이례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 법적 근거로서는 자위대법 제99조 잡칙 「기뢰 등의 제거」를 들어 이번 「파견」이 현행법의 테두리내에서 행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적 근거는 미비하기 짝이 없다. 자위대법 99조는 전수방위를 주창하는 동법 제3조에 비추어 보더라도 『소해정을 걸프해역에 파견하는 것은 법해석의 일탈』이라는 지적이 집권 자민당내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또 99조의 입법정신은 그 활동범위를 일본 근해에 한정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 같은 법률의 확대해석을 기초로 한 기정사실의 중첩은 자위대의 활동범위를 무제한 넓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어쨌든 이케다 유키히코(지전행언) 방위청 장관은 소해모함 1척,소해정 4척,보급선 1척과 승무원 5백10명으로 구성된 대선단에 대해 26일 출동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당당한 「파병」이다. 전투행위가 없다고 해서 군인의 신분이 민간인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 것처럼,자위대원은 무엇을 하든 자위대일 뿐,「청소부」는 아니니까 말이다.

1991-04-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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