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여배우의 유학 사기(사설)

미인 여배우의 유학 사기(사설)

입력 1991-04-13 00:00
수정 1991-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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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 영화배우가 낀 외국유학 불법알선업체에 의한 비리가 또다시 문제로 드러났다. 법적으로 해외유학 자격이 없는 한국의 중고교생들이 관광비자를 이용하여 불법 유학을 할 수 있도록 알선해주고 엄청난 수업료와 비용을 받아내어 챙긴 혐의인 것이다. 이 사건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우리에게 충격과 우려를 깊게 한다.

우선 이런 불법유학이 너무 많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단순한 어학연수만으로도 1만달러 이상 2만달러까지를 들이는 이런 유학생이 부유층의 자녀들 가운데 상당히 많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많은 미국 어느 도시의 중고등학교에는 서울의 강남에서 유학간 학생들이 하도 많아서 「강남분교」라고 부를 지경이라고 비꼬는 소리도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알선업체가 주로 연결해준 한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45명 1클라스에 40명의 한국학생이 다니고 있다고 한다. 학교측은 몰려오는 한국학생을 수용하기 위하여 따로 분교를 만들었는 데 그렇게 수용해서 가르치는 것이 졸업장도 없는 어학연수과정 정도라고 한다.

한국 중고교생들의 이 같은 불법유학은 대개가 대학입시에 자신이 없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도피성으로 가는 경우다. 그러나 이런 학교들의 경우 부실한 학교에서 「유학」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공부는 커녕 먼 타국에 떨어져 비행이나 불건강한 생활에 빠지는 지름길과 만나기가 십상이다. 부모들의 이 왜곡된 자녀교육관이 아이도 버리고 돈도 버리고 나라도 우습게 만드는 결과를 부른다.

숫자로 보아 이런 방식의 유학생들은 연간 최소한도 1만명은 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만명이 연간 2만달러만 소비한다고 추산해도 엄청난 외채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교육제도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국가는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알선업체의 비리도 매우 심각한 일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영화배우의 경우 최근에도 학생들을 거의 폐교가 되다시피 한 학교에 알선하여 학생들이 오갈 데가 없어진 사례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을 깊이 추적해본 결과 알선과정에서 토플성적을 위조하여 유학을 주선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토플성적」은 미국측이 주도하는 외국 유학지망생에 대한 평가수단이다. 이 성적으로 모든 유학생들은 지망과 선정과정을 거친다. 특히 한국학생들은 동남아의 어느 나라 유학지망생들보다 이 성적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어를 상용하는 나라들의 젊의이보다도 월등히 수준이 높아서 시험 위주로만 성적을 높인 것에 대한 회의론까지 미국측에서 대두되고 있을 지경이다.

그런 토플성적을 한국측 알선회사들이 위조까지 했다면 국제간의 신뢰에 아주 심각한 상처를 입힐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일에 사회적 유명도를 악용한 집단이 개입하여 불법과 비리를 자행했다는 사실이 불쾌하다. 핵심구성원들이 미국으로 도피해 있다고 알려졌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검거되어 응분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유사한 범법행위가 그들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추적해서 불법 학생들은 귀국시킬 수 있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개방압력이 멀잖아 교육기관에도 불어닥칠 것이다. 그 대응책을 겸하여 유학부조리에 대한 정책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1991-04-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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