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정수기와 물의 신뢰도(사설)

세균정수기와 물의 신뢰도(사설)

입력 1991-03-07 00:00
수정 1991-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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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를 거친 물에 세균이 우글거린다는 조사가 다시 나왔다. 처음 아는 사실은 아니지만 이번 보사부 검사에서 보통 수돗물보다 6백46배나 되는 세균 정수기까지 나타났다는 것은 조금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러나 정수기만으로서의 문제는 그다지 복잡한 것은 아니다. 이미 정수기 종류가 2백여종이 넘어 당국이 이를 항시 검색한다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꾸준히 검사해 나가고 또 시민은 이 정보를 빨리 받아 해당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정수기의 세균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이 원래 불가능한 일이다. 늘 물에 젖어 있게 되는 필터에 어느 물이든 갖고 있는 세균이 배양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고,이는 근자에 깨끗한 물로 상징돼 있는 생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생수도 그 유통기간이 1년을 넘는 것이 없고 마개를 딴뒤 2일내에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단순한 상식이다.

그러나 이 세균정수기는 다른 측면에서 우리에게 문제를 제기한다. 불실도가 높은 정수기들은 결국 많은 사람들을 생수먹기쪽으로 몰고 갈 것이 분명하다. 정수기 판매시장은 88년 1백20만대 규모에서 지난 3년새 3배 이상 확대됐고 연간 최소 50만대씩은 계속 팔릴 것으로 전망돼 있다. 여기에 현재 생수주요자로 추정되는 1백50만명을 감안하면 결국 새로운 대규모 생수시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생수는 또 수입개방 품목에 들어 있다. 이미 외국 생수업체에 대한 국내생수업체의 예민한 갈등항목들이 표출돼 있다. 예컨대 외국 제품들은 대개 1회용 소형용기임에 비해 우리는 18.9ℓ짜리 대형용기라는 차이가 있다. 국내적으로 보면 대형용기체재로 가는 것이 가격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업자의 생산가격 문제는 아니다. 깨끗한 물을 돈을 더 주고라도 사먹겠다는 소비자의 선택기준은 값에 있는 것이 아니고 깨끗함에 대한 신뢰도에 있다. 그러므로 값으로만 따지는 시장전략은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것이다.

여기에 또 국내업체 몰락은 막아야 한다는 요지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점 역시 자신의 건강과 연관돼 있는 깨끗한 물의 수요가 업체 살려내기와는 무관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세균정수기는 오늘날 국가적 깨끗한 물 만들어내기라는 큰 문제의 중요하고도 예민한 부분을 제기한다. 즉 우리 자신의 물과 물에 연관된 모든 생산품의 과학적 신뢰도를 창출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점에서 보면 우리사회에 너무나 부족한 신뢰성의 빈곤에 물 정책 역시 같은 부실의 성격을 갖고 있다. 현존하는 정수기업체 5백여곳중 2백여곳은 업체등록도 하지 않은 곳이고,생수업체 역시 2백여개가 있는 것으로 돼 있으나 정식 허가를 내준 곳은 14개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매출규모는 각각 연 1천5백억원대를 넘어서 있다. 국내 정수기가 생수에 대한 철저한 건강기준과 엄격한 감시기능으로 어떤 것을 얼마에 사든 우선 당국의 보증만이라도 믿을 수 있다는 신뢰도를 확보하지 않는한,깨끗한 물시장도 외국에 잠식되기가 너무 쉬울 것임을 보다 진지하게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1991-03-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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