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예일대 폴 케네디교수/월스트리트저널지 기고

미 예일대 폴 케네디교수/월스트리트저널지 기고

케네디 기자 기자
입력 1991-02-05 00:00
수정 1991-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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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는 자존심 회복 위한 전쟁 자제해야”/해외파병 잦으면 영·스페인 쇠퇴 답습/경제 융성·사회 안정만이 강국 유지책

「제국의 흥망」이란 저서로 관심을 모았던 미 예일대 교수 폴 케네디는 최근 미 월스트리트 저널지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국내경제의 회복등 시급한 국내의 필요를 무시한채 걸프전쟁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해 경고하고 있다. 케네디교수의 기고문 「전쟁에 돌입한 쇠퇴하는 제국」의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미국은 20세기에만도 여러번의 전쟁의 치렀는데 그 전쟁들은 모두 공해상에서의 해상운송로 보호라든가 진수만 기습에 대한 대응,북한의 침공저지 등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지 잃어버렸던 미국의 자부심을 회복하려는게 전쟁의 이유가 됐던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러나 국제정치사 학자들에게 있어 그같은 이유는 매우 낯익은 것이고 전쟁발발의 이유로 흔히 지적되는 것이다. 예컨대 존 엘리어트의 전기소설 「올리바레스 대공」을 읽어본 사람은 필립4세 시대의 대재상 올리바레스가 1630년대와 1640년대에 있었던 스페인의 잦은 해외군사 개입에 대해 스페인의 명망을 지킨다는 구실로 정당화했던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스페인의 잦은 해외파병은 전쟁에서의 승리로 스페인이 쇠퇴하고 있다는 국내외의 비판을 침묵시킬 수 있다는 올리바레스의 신념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물론 전쟁에서의 승리가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고 스페인이 세계최강국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군사 외적인 측면에서 보면 잦은 전쟁을 통해 스페인의 산업은 점점 경쟁력을 잃어갔고 해외의존도는 커진데다 스페인의 대외부채는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따라서 전쟁을 계속할수록 스페인은 점점 파탄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전쟁을 계속하지 않는한 명망을 잃을 것이 분명했고 따라서 계속적인 전쟁수행을 위해 해외에서 돈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부시가 이끄는 미국이 당시 필립4세의 스페인과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속의 전쟁얘기를 꺼내는 것은 지나친 해외개입이 가져올 폐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함이다. 오랜 기간을 거쳐 세계최강국으로 남으려면 단순히 강한 군사력뿐만 아니라 융성한 경제기반과 건전한 사회구조가 필요하다. 또 군사력은 결국 경제력과 사회안정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군사력 자체보다는 경제력과 사회안정이 훨씬 더 중요한데 현재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같은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군사적인 승리에만 집착,그것이 미국은 「쇠퇴하는 강국」이 아님을 증명해 준다는데에 기뻐하고 있는 것같다.

그러나 나의 관심은 10년 또는 그 이후의 미래에 있다. 세계 곳곳에 미군이 개입하면서도 미국의 부채는 계속 증가하고 생산성은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며 교육수준도 떨어지고 사회구조는 계속 붕괴된다면 미국은 결국 새로운 불안정에 처할 것이다.

미국이 제국주의 스페인이나 영국의 전철을 밟기를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한편으로는 국내의 필요성을 무시해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곳곳에 군기지를 유지하며 세계의 경찰역을 자처하는 등 과거 스페인과 영국이 했던악습을 되풀이하면서 미국은 과거의 영국이나 스페인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소용도 없다.

현재 미국이 가장 경계해야할 일은 전쟁을 통해 미국민들의 자부심을 되찾겠다는 생각이다. 미국이 진정 명망을 되찾으려면 교육수준의 제고라든가 하부구조의 개선과 같은 절실한 국내의 필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미국민이 회복하고자 하는 자신감이나 자부심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건전도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통해 얻어지는 것일 것이다.
1991-02-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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