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승강도」로부터의 자구(사설)

「합승강도」로부터의 자구(사설)

입력 1990-12-25 00:00
수정 1990-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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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자동차없이는 활동을 할 수 없는 도시다. 그런데도 일체의 「영업용 승용차」가 무서워서 탈 수 없는 흉기로 변해가고 있다. 훔친 차·렌터카로 돈털고 폭행하고 살인까지 한 범행이 세밑에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훔친 차를 변조하여 여자승객들만 골라 상습적으로 범행해온 일당은 그 대담하고 치밀한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버젓이 회사를 차려놓고 자가용차를 운영하며 고성능 무전기를 들고 범행을 해온 그들의 수법을 전근대적인 장비에 격무와 업무부담에 위축된 경찰이 따라잡기란 도저히 힘들었을 것 같다.

렌터카를 이용하여 취객 털고 살인까지 한 범인들 역시 대담하고 흉포스럽다. 항간에 이미 합승강도에 대한 소문이 난 지 오래고 자가용 영업차들의 취객털이 사건도 빈발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크고 작은 승용차 범죄조직은 아직도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짚어보면 택시강도에 대한 유형과 면모가 대강 드러나기도 한다. 우선 도난차량에 대한 추적이 좀 더 적극적이고 집중적이어야하겠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고성능 무전기 같은 과학장비가 수사에는 말할 것도 없고 범죄로부터의 방어나 보호에 보다는 범죄 그 자체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심각한 문제다. 경찰통신망까지 도청할 수 있는 일제 무전기가 세운상가나 용산 전자상가에서 얼마든지 거래되고 있는 형편이라니 할말이 없다. 이런 범죄의 원천들을 톺아서 뿌리뽑는 노력이 있지 않고는 범죄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합승강도의 검거에 결정적인 단서를 마련한 것은 시민의 제보였다. 무전기를 들고 설치는 젊은이와 유령회사 같은 사무실,택시가 오래 머무르는 일 따위를 예사로 보지 않은 시민의 제보로 경찰이 잠복해서 잡을 수 있었다.

훔친 차에 변조된 번호판을 달고 하는 작업도 목격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목격자들도 신고를 했더라면 더 일찍 범인일당은 잡혔을 것이다. 그런 현명함이 더욱 기대된다. 고성능 무전기 판매인들도 시민이다. 자신들의 상행위가 강도살인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더라면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시민들이 범죄에 대해 무모하도록 무방비한 점도 반성해야 할 일이다. 화려한 차림새로 나들이를 하고 거금을 예사로 들고 다니는 일이라든지,송년회 등을 빙자하여 2차,3차를 하고 취해서 길에 나서는 월급쟁이들도 위험을 자청하는 일이다. 범죄에서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도 행동의 절제는 필요하다.

최근의 강력사건들을 통해 우리는 전현직의 택시기사가 꽤 자주 피의자로 등장하는 것을 본다. 너무 여러 계층의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기 때문에 그러리라는 짐작도 되지만 유난히 거칠어지고 사나워진 택시기사들이 요즘 더 많이 늘어난 듯한 심증도 드는 터라 우울하고 착잡하다. 그런 뜻에서 택시강도를 예방하기 위한 조명 등 설치에 택시기사들이 『범인 취급당한다』는 이유로 반발을 한다는 소식에 우리는 불만을 느낀다. 스스로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도 적극 협조해주는 편이 바람직스럽지 않을까 싶다. 외국에서는 운전석과 객석을 방탄유리로 구분한다. 그래도 『승객을 강도취급한다』며 거부하는 시민운동은 벌어지지 않았다. 죄없는 사람들이합심단결하지 않으면 이 범죄와의 전면전시대를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1990-12-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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